카지노에서 슬롯머신을 돌리고 있는 사람에게 확률과 기댓값을 이야기하는 것은 허무한 일이다. 37만분의 1이라는 확률, 비용보다 작은 기댓값 같은 수학적 결론은 자신이 그 한 번의 잭팟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비현실적 낙관 앞에서 무력해진다. 다단계 사기에 빠진 사람을 설득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로 난망하다. 예로 2000년대 중반 제이유그룹은 100만 원짜리 물건을 자기 돈으로 사서 팔면 250만 원을 수당으로 준다며 회원을 모았다. ‘공유마케팅’으로 포장된 이 뻔한 다단계 사기에 자그마치 35만 명이 2조 원을 물렸다. 확증편향에 빠진 비이성적 열광이 이렇게 무섭다. 암호화폐 시장이 딱 저 꼴이다. 비현실적 낙관과 확증편향의 농도가 세상 그 어느 곳보다 짙다. 경제학자들이 반복해서 위험성을 경고해도 참가..
검수완박법. 결국 헌법재판소로 가겠구나. 우연인지 필연인지, 문 정부는 시작과 끝을 헌재와 함께 한다. 탄핵 결정을 한 헌재로 시작해 검수완박 위헌 여부를 심판하는 헌재로 끝나는. 나는 1987년의 유산인 헌재는 실효성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헌법이 강한 규범성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 데다, 심지어 위헌 상태의 법을 국회가 개정하지 않아도 나라가 굴러가는 데 문제가 없어서다. 장식적 기능의 헌법을 위해 재판소를 두니, 그 재판소는 우리가 익히 경험했듯 '정치적' 용도로 사용되기 일쑤다. 현재의 헌재는 '정치의 사법화'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문 정부의 시작과 끝에 헌재가 있다는 사실은 굉장히 시사적이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고소 고발로 '정치'를 대신한 정치의 사법화를 이끈 주역이다. 또한..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민주당 ‘검수완박’에 함께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그것이 정의당의 사명이라면서. 나는 강 의원의 저 주장이 정의당이 “민주당 2중대”라는 비난을 받는 이유를 정확하게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2중대론은 단지 상황적, 진영적 이유만 있는 게 아니다. 사상이 민주당에 잠식당했다는 게 이중대론의 핵심이다. 강 의원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따져보자. 첫째, “촛불혁명의 주요과제인 검찰개혁“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당한 이유는 권력남용이었다. 대통령과 측근이 제왕적 권력을 이용해 행정기관, 사법기관을 초법적으로 지배한 것. 검찰 역시 대통령과의 거리 유지에 실패했다. 그런데 강 의원은 이 사실을 뒤집는다. 무소불위 검찰이 대통령을 지배했다! 저 검찰을 탄핵한 것이 촛불혁명이다! 촛불 과제 핵심..
어디 가서 진보 사회운동가라고 말하기 부끄러운 시대다. 요즘 진보는 위선의 대명사고, 사회운동가는 무능과 무용의 상징이다. 솔직히 반박할 말이 없다. 참여연대, 민변, 민주노총 같은 네임드 진보단체의 거물들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대거 들어갔다. 진보단체들은 소득주도성장, 대북정책, 검찰개혁 등 정부 핵심 정책을 지지했다. 문재인 정부와 함께 진보가 쓸려 내려가는 게 이상치 않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에서 진보는 어떨까? 두 가지 선택지가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문 정부와 공유했던 정책과 지향을 그대로 가지고 윤 정부를 비판하는 것이다. 오욕의 평가를 뒤집는 ‘복권’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문 정부가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냉정하게 평가한 후에 이전과 다른 지향과 정책으로 윤 정부..
888년 야마가타는 독일에서 배운 주권선과 이익선(line of interest)을 자신의 나라에 적용해, 한반도가 일본의 이익선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남하를 막으려면 한반도를 일본이 지배해야 한다는 이야기. 놀라운 건 이런 이익선 개념이 20세기 내내 사회주의 진영의 철칙으로 이용됐다는 점. 1940년대 소련의 이익선은 베를린과 모스크바 사이에 있는 나라들이었다. 스탈린은 야마가타와 거의 비슷한 이유로 동유럽을 재빨리 점령했다. 1970년대 베트남 공산당은 통일 전쟁 승리 직후 곧바로 인도차이나 반도 주변국을 침략하는데,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였다. 소련과 중국이, 중국과 베트남이 영토 분쟁을 벌인 이유도 마찬가지. 사실 사회주의는 어떤 점에서 자유주의 진영보다 수준이 낮았다. 미국 주도의 진영이 ..
'탈달러화'(de-dollarization)? 러시아 제재가 없었더라도 사실 달러에 대한 불안은 지속해서 커졌다. 세계금융위기와 코로나 사태로 대규모 (비전통적)양적완화가 실시됐고, 이에 대한 원상 복구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 원리적으로 볼 때 양적완화는 화폐 가치의 토대인 중앙은행 자산의 부실화로 이어진다. 양적완화가 반복될 수록 화폐 가치 역시 불안정해진다. 그런데 달러 불안정성이 커졌다는 게 중국 위안화가 세계 화폐로 사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요즘 나오는 이야기는 미국이 자꾸 제재를 남발하니 달러 대신 다른 화폐를 사용하는 경우가 증가한다는 건데, 일시적으로 그럴 수도 있지만, 장기적 현상일 수는 없다. 중국 위안화가 기축통화 자리를 차지하려면, 중국 중앙은행과 정부에 ..
문재인 정부의 3대 전략을 뽑으라면, "소주성/검찰개혁/남북관계개선"이라 할 수 있다. 앞의 두 개는 진작 파산했고, 마지막 것도 북한의 ICBM을 발사로 최종 부도처리 되었다. 문 정부에는 어떤 일관성이 있다. 구조와 역사를 부정하고 '주체'를 과대평가한다는 점. 대북정책 역시 마찬가지였다. 문재인은 김정은에게 민족적 '선의'를 주면 북한이 변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이는 북한을 '민족의 한 부분'으로만 본 오류인데, 북한은 20세기 사회주의 역사의 일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1945년부터 가장 교조적으로 스탈린주의를 정부로 구현했다. 소련과 중국이 탈스탈린화 정책을 할 때도 북한은 끝까지 버텼다. 1980년대 중국과 베트남이 개혁개방으로 선회했을 때도, 북한은 거꾸로 완고한 스탈린..
윤석열 당선자의 지지율이 시작부터 낮게 형성되고 있다. 70~80%대로 시작하는 이전 당선자들과 달리 윤 당선자 지지율은 40%대 중반이다. 압도적 여소야대에서 대통령 지지율까지 낮으면, 초장부터 정부가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 정부의 무능이야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니 그렇다 쳐도, 심각한 문제는 민주당이 예전 상태로 복권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의 여론 조작은 이번 대선에서도 확인했듯 상상 이상이다. 이재명의 대장동 게이트가 선거 막바지에는 윤석열 게이트로 뒤집혀 선전될 정도였다. 사회운동은 윤석열 정부를 민주당과 다른 식으로 비판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 진보 감성에 기댄 보수 혐오는 알게 모르게 민주당을 정당화한다. 부지불식 간에 “그래도 민주당이 낫다”라는 정치적 귀결로 나아간다. 당장 6월 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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