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비판에는 한 가지 리스크가 있다. 정의당 비판이 안티-페미니즘으로 왜곡되는 경향이 있어서다. 아무래도 사람들에게 지금껏 페미니즘 관련 이슈에서 정의당이 많이 튀어 보였나보다. 지난 주 칼럼 글의 댓글에도 그런 모습이 많이 보였다. 정의당이 페미당이 돼서 실패했다는 식. 아래 영상을 찍을 때 저 비판을 반박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었다. (시간 관계상 대부분이 편집되었지만..ㅠ.ㅠ) "진보정당이 페미니즘을 지향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진보의 기본은 '자유의 조건'이 평등이란 점을 잊지 않는 것이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랜 불평등이 가부장제에서 비롯되는 여성 차별이었다. 동물적 상태에서 벗어나 인류의 지성으로 문명을 쌓는 것이 진보다. 우리가 지금까지 합의한 근대적 문명은 성별과 무관하게 ..

2022년 두 선거에 관한 평가는 대부분 “진보의 패배”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하지만 이 패배로 사라진 것이 ‘진보’ 자체는 아닐 것이다. 사라진 것은 진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한국사의 특정한 잔재다. 그것은20세기 말 민주화 운동의 결함이 극대화하여‘팬덤 정치’라는 막장에 이른, 더불어민주당의 포퓰리즘 정치다. 이 잔재는 박근혜 탄핵과 촛불집회라는 상징으로 진보에 우호적인 시민들을 5년간 사로잡았다. 진보는 오히려 2022년의 두 선거, 특히 지방선거에서 보수에 참패함으로써 환상에서 해방될 기회를 맞았다. 앞으로 진보가 재건된다면, 민주당과 철저히 결별하지 않고서는 진보의 이상을 더 이상 추구할 수 없다는 깨달음을 얻은 덕분일 것이다. 이 글에서 나는 정의당 사례를 통해 이 점을 입증하려 한다. ‘보..
사회운동하는 입장에서 문재인 정부를 보면서 얻는 교훈이 있다. 제약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은 선의에도 불구하고 나쁜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1) 탈석탄이 가장 중요한 조건에서 탈원전을 추진할 경우. 2) 자영업 고용이 큰 조건에서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할 경우. 3) 김정은이 핵포기 의사가 없는 조건에서 남북관계를 빠르게 변화시킬 경우. 4) 경찰이 비민주적인 조건에서 검찰 개혁을 위해 경찰의 권한을 늘릴 경우. 5) 저성장 고령화 조건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을 가속하는 경우. 6) 코로나19 재유행이 예상되는 조건에서 경제성과를 조급하게 얻으려 하는 경우. 7) 일본의 우익이 성장하는 조건에서 일본에게 식민지 피해의 법적 배상을 받아내려 하는 경우. 8) 코로나19 방역을 ..
검수완박법. 결국 헌법재판소로 가겠구나. 우연인지 필연인지, 문 정부는 시작과 끝을 헌재와 함께 한다. 탄핵 결정을 한 헌재로 시작해 검수완박 위헌 여부를 심판하는 헌재로 끝나는. 나는 1987년의 유산인 헌재는 실효성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헌법이 강한 규범성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 데다, 심지어 위헌 상태의 법을 국회가 개정하지 않아도 나라가 굴러가는 데 문제가 없어서다. 장식적 기능의 헌법을 위해 재판소를 두니, 그 재판소는 우리가 익히 경험했듯 '정치적' 용도로 사용되기 일쑤다. 현재의 헌재는 '정치의 사법화'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문 정부의 시작과 끝에 헌재가 있다는 사실은 굉장히 시사적이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고소 고발로 '정치'를 대신한 정치의 사법화를 이끈 주역이다. 또한..
어디 가서 진보 사회운동가라고 말하기 부끄러운 시대다. 요즘 진보는 위선의 대명사고, 사회운동가는 무능과 무용의 상징이다. 솔직히 반박할 말이 없다. 참여연대, 민변, 민주노총 같은 네임드 진보단체의 거물들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대거 들어갔다. 진보단체들은 소득주도성장, 대북정책, 검찰개혁 등 정부 핵심 정책을 지지했다. 문재인 정부와 함께 진보가 쓸려 내려가는 게 이상치 않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에서 진보는 어떨까? 두 가지 선택지가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문 정부와 공유했던 정책과 지향을 그대로 가지고 윤 정부를 비판하는 것이다. 오욕의 평가를 뒤집는 ‘복권’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문 정부가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냉정하게 평가한 후에 이전과 다른 지향과 정책으로 윤 정부..
윤석열 당선자의 지지율이 시작부터 낮게 형성되고 있다. 70~80%대로 시작하는 이전 당선자들과 달리 윤 당선자 지지율은 40%대 중반이다. 압도적 여소야대에서 대통령 지지율까지 낮으면, 초장부터 정부가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 정부의 무능이야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니 그렇다 쳐도, 심각한 문제는 민주당이 예전 상태로 복권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의 여론 조작은 이번 대선에서도 확인했듯 상상 이상이다. 이재명의 대장동 게이트가 선거 막바지에는 윤석열 게이트로 뒤집혀 선전될 정도였다. 사회운동은 윤석열 정부를 민주당과 다른 식으로 비판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 진보 감성에 기댄 보수 혐오는 알게 모르게 민주당을 정당화한다. 부지불식 간에 “그래도 민주당이 낫다”라는 정치적 귀결로 나아간다. 당장 6월 지방..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취임 전 청와대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건물로 이전하겠다는 윤석열 당선자와 안보 공백과 준비 부족으로 인해 취임 전 이전은 불가하다는 문재인 대통령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형국이다. 여론은 윤 당선자에게 유리한 것 같지 않다. 여야의 정치적 이해득실과 별개로 사회운동이 주목할 건 이번 논란이 만들어진 배경이다. 집무실 이전의 근거인 ‘제왕적 대통령제’ 말이다. 이번 논란으로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이 새 정부의 상징처럼 각인됐다. 사회운동은 이번 기회에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을 핵심 의제로 부상시킬 필요가 있다. 한국의 대통령제가 가진 문제점은 무엇보다 대통령이 가진 권력이 입법부나 지방정부와 비교해 지나치게 크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제와 비교해 보자. 미국의..

새 정부는 5월 출범과 동시에 두 가지 노동 쟁점에 직면할 것이다. 하나는 6월로 예정된 최저임금 결정이고, 다른 하나는 윤석열 당선자가 국정 최우선 과제로 강조한 일자리 문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는 5년 전 문재인 정부가 출범 직후 야심 차게 시도한 개혁 정책의 상징이기도 하다. 16.4%에 이르는 최저임금 인상률과 일자리 상황판은 지금도 국민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정권교체’를 명분으로 내건 당선자에게는 두 쟁점이 혹독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전‧현직 대통령이 직접 비교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임기 말에도 40%에 육박한다. “이러려고 정권교체 했냐”라는 말을 미리 준비해둔 사람들이 많다. 새 정부는 문 정부와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인가? 문 정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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