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무실 용산 이전. 무리해서 할 수도 있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는 광화문 시대 어쩌구 하다가 역대급 '청와대 정부'가 되었다. 정치적 각성 차원에서 탈-청와대 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이전 여부와 관계 없이 아래 문제는 꼭 집었으면 한다. 국민과의 소통이 '제왕적' 권력에 핵심 이슈일까? 문재인은 '쇼통'만 해서 제왕적 권력의 포로가 되었을까? 이번 주에 나올 책 에서 나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를 두 차원에서 다뤘다. 하나는 경로의존성. 잘 아는 이야기다. 이승만 식 나라 만들기로 시작점이 잡힌 이후, 양김이 '민주화'라는 명분을 붙여서 고착화했고, 문재인이 여기에 '촛불혁명'까지 장식했다. 대통령제라는 제도 자체의 결함과 역사성을 같이 살펴봐야 해결책도 찾을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엘리트 지대 동..
한두 달 사회단체들은 “윤석열 정부 전망과 과제”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할 것이다. 대략의 내용은 이미 정해져 있다. 단어와 뉘앙스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촛불 성과를 뒤집는 보수의 전면화”로 시작해 “반민주 반노동 반통일 정권에 맞서 투쟁하자”라는 결의로 끝날 것이다. SNS에서는 벌써 이명박 정부 초반에 있었던 광우병 촛불 집회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180석 거대 야당이 있고, 윤 정부가 낮은 지지율로 임기를 시작하니 2008년보다 조건이 낫다는 이야기도 나돈다. 과연 우리는 2008~16년의 그 “보수에 맞선 진보의 촛불”을 또 반복해야 하는 걸까? 나는 결단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촛불로 상징되는 ‘진보’의 결함이 보수 이상으로 심각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진보가 한국 사회를 도리..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개헌을 꺼냈다. 요약하면, 1) 대통령: 4년 중임/결선투표, 2)국회의원: 연동형+권역별 비례대표제. 나는 송 대표의 개헌안은 세 가지 점에서 오답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반성이 없어서다. 2017~18년은1987년 이후 최고의 개헌 타이밍이었다. 그걸 다 날려먹고, 오로지 적폐청산과 공수처에 매진한 게 문재인과 민주당이다. 심지어 2019년 선거법개정과 위성정당이란 사기까지 치고. 선 반성 후 제안이 순서다. 둘째, 4년 중임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 제왕적 권력을 개혁하다며 왜 임기를 늘리려는 걸까?중간 평가를 할 수 있어서? 한국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은 평가받지 않아서가 아니라 오남용의 경계 자체가 모호해서 발생한다. 또한 국회가 권한이 적고, 정당이 대통령 부하로 활동하기..
윤석열 씨의 적폐 수사 발언. '적폐'란 프레임 자체가 법치와 상충한다. rule of law(법치)의 law는 법률만이 아니라 시민이 공유하는 규범까지 포함한다. 사회가 합의한 넓은 의미의 규칙들, 제도를 의미. 불편부당한 기준에 따라, 시민들이 공감하는 정의에 따라 정부와 사회가 운영되는 것. 이에 반해 rule by law(법을 이용한 지배)에서 law는 처벌이 목적인 법이다. 통치자가 법을 명분으로 삼아 지배를 강화하는 것. 독재자가 "악법도 법이다"라고 할 때 그 법이고, 정권과 사법기관이 정적을 제거할 때 사용하는 그 법이다. 이렇게 보면, 법치의 원리에서 사회에 쌓이고 쌓인 폐단은 그 제도의 결함과 허점에서 찾아 개선하는 방법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왜냐면 폐단이 반복된다는 건 법과 규범에 어..
문재인-이재명 정부.. 어쩌면 이탈리아 쇠락의 분기점이었던 1980~90년대를 한국에서 재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탈리아의 핵심 문제인 과도한 정부 부채는 최근에 발생한 일이 아니다. 1980~90년대 유산이다. 당시 이탈리아 정부는 세계경제의 침체와 미국의 신자유주의적 전환에 전혀 적응하지 못했다. 중앙은행은 미국을 따라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을 쓴 반면, 정부는 이전 관성 대로 경기 부양과 복지에 재정을 퍼부었다. 성장률 하락에 재정적자는 늘었고, 국채를 발행은 해야겠는데, 중앙은행은 사주지 않았으니, 해외에서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자그마치 20%에 육박하는 초고금리로 국채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뭐, 말하자면 정부가 사채를 끌어다 쓴 격이었다. 결과는? 이자도 갚지 못할 형편이니 부채..
이익의 균형을 추구하는 정부를 보통 코포라티즘이라고 부른다. 스웨덴이나 독일 같은 나라가 대표적 사례. 그렇다면, 이재명이 추구하는 정부는 코포라티즘일까? 아닌 것 같다. 균형은 제한된 조건을 전제한다. 무한의 세계에서 균형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모두가 무한의 이득을 얻으면 되지. 균형은 또한 지속성을 전제한다. 지속하지 않아도 되면, 무엇하러 균형을 사고하겠는가. 코포라티즘은 생산, 소득, 재정 등이 제한이 있다고 가정하며, 갈등하는 집단 사이에서 지속 가능한 균형을 제도적으로 협상한다. 이재명 씨의 경우 어떠한가?모두에게 똑같이 현금을 나눠주자는 기본소득에는 애당초 그런 균형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 주가 부양, 탈모 지원, 아님 말고 식 현금 지원 정책.. 이런 것들도 지속성이나 자원의 제한을 고..

장사를 오래 한 친구가 술자리에서 말했다. 좋은 손님은 비슷한 이유로 착하다. 예의를 지키고 제값을 잘 치르고. 그런데 나쁜 손님은 오만가지 다른 이유로 ‘진상’이다. 막말하는 사람,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바꿔 달라는 사람, 상품에 관한 자신의 철학과 경험을 일장 연설하는 사람, 쓰레기만 버리고 가는 사람, 문이 부서지도록 꽝 닫고 가는 사람, 느닷없이 고소하겠다는 사람, 주차하는 데 고생했으니 물건값을 깎아 달라는 사람, 가게와 무관한 자신의 사연을 밑도 끝도 없이 하소연하는 사람 등등. 그 친구는 자신의 경험을 한편의 철학으로 엮어서 설명했다. 인간사의 진리는 선행이 아니라 각각의 악행 속에서 발견해야 한다. 착함만 있다면 인간사는 얼마나 지루하고 단순하겠는가. 진상 속에 나타나는 개성의 발현, 감정..

위드코로나로 가는 험난한 길 2022년 최대 관심사는 코로나19 출구에 관한 것이다. 2021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백신 접종으로 조만간 대유행을 끝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변종 바이러스가 세계를 강타해 2021~22년 겨울철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시 강화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세계와 한국의 2022년 경제 전망 역시 이전보다 하향 조정되고 있다.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감염병 대유행 사태의 출구는 코로나19가 주기적으로 유행하는 풍토병(엔데믹)이 되는 것이다. 즉 국민 다수가 주기적으로 백신을 맞고, 감염되더라도 심각하지 않으면 며칠 앓고 마는 병으로 관리된다는 의미다. 겨울철 독감과 비슷해진다고 보면 된다. 다만, 코로나19가 독감처럼 관리되려면 백신과 치료제의 성능이 계속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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