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 엥겔스 도서전(댓글 링크 기사). 뭐랄까, 죽은 마르크스의 죽은 아이디어를 반복해서 우려먹는다는 느낌이다. 종교개혁의 나라 독일에서 태어나, 프랑스 혁명에 영감을 받았고, 영국 고전파 경제학의 피날레를 장식한 마르크스. 그의 저술이 그때 그 맥락을 떠나 역사와 무관하게 유효할 리 없다. 반복해서 미완성 저작을 종교 교리처럼 전파하는 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 예로 시진핑의 중국은 과 에서 나온 PT독재론의 결함과 무관치 않다. 중국 사회주의는 마르크스의 진심과 다르다고 아무리 변명해 봐야 소용 없는 짓이다. 의 테마인 자본주의적 사적 소유와 생산의 사회화 사이 모순은, 그 자체로는 타당한 지적이지만, 어떤 유인으로 사회적 생산을 개인적 소유와 충돌하지 않도록 조직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해답을 제..
W의 앞자리 V,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1. 취지 마르크스는 자본축적과 생산성이 동시에 장기간 둔화하는 현상이 자본주의의 최종적 위기 국면이라고 묘사했다. 21세기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제에서 이런 현상이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세계 경제는 자본 주도이든 노동 주도이든 급진적 변화를 도모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는 상태다. 이것이 현 경제의 기저질환이다. 그런데 코로나19 대유행이 자본주의의 이 기저질환을 더 악화시켰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더라도 회복 불가한 후유증이 남을 것이다. 본 글은 자본축적의 위기라는 장기 정세 규정을 전제로 2021년에 쟁점이 될 경제 현상들을 분석한다. 2. 전반적 상황 2021년 세계 경제는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회복국면에 진입할 것이다. 최근의 경기침체는 시..
리쩌허우는 중국 사회주의가 문화대혁명이란 야만을 통과해 국가자본주의란 퇴보에 도달한 이유를 '계몽'보다 '구망'이 앞섰기 때문이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자유주의를 초극해 사회주의에 도달하는 게 불가능한 이유는 생산력의 발전단계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지적 윤리적 능력을 함양하는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는 진단. 개인과 자유를 알지 못하는데, 어찌 자유인의 연합을 만들겠는가. 나는 이 문제의식이 깊게 동감하는 바가 있다. 아래 링크는 내가 몇 차례 칼럼으로 썼던 글들. 마르크스적 관점에서 자유주의에 대해서 초극이 아니라 충분한 비판적 흡수가 필요하단 생각이다. 노동자, 민중, 계급, 사회주의, 투쟁, 연대 이런 단어들을 나열하는 게 급진적이라고 생각하는 분들께 권한다. 내가 뽑아 본 쟁점은 8가지이다. 1.자..
공정성이 몇 년째 논란이다. 전통적 공정성이 강자에 의한 약자의 배제를 주로 다뤘다면, 최근의 공정성 논란은 강‧약, 주류‧소수 관계없이 “나와 주변의 경쟁”에 초점을 맞추는 듯 보인다. 이번 칼럼은 2020년대의 여덟 가지 키워드 중 여섯 번째인 ‘공정’을 다룬다. 최근 유행하는 공정성 담론과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오는 반-능력주의 담론의 결함을 살펴본다. 공정성은 개인이 받는 보상의 차이가 적절한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봉건 사회에서는 신분이나 신의 은총이 기준이었다. 하지만 신분과 신을 타파한 근대 사회에서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속성이 그 기준이 된다. 개인은 각자의 능력에 따라 기여하고, 기여만큼(다른 말로 하면 실적만큼) 보상받는다. 이것이 바로 근대의 세계관이라 할 실적주의(meritocra..
20세기 한국 정치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군부독재를 끝내는 문민화였다. 그렇다면 21세기의 과제는 무엇일까? 민주주의 수준을 높이는 선진화라 할 것이다. 한국 정치에는 문민화 이전의 악습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2016년 터진 박근혜 게이트는 이를 단적으로 폭로한 사건이었다. 경쟁을 제한하고, 특권을 이용하는 지대 추구의 정치는 지금도 계속 이어진다. 과연 박근혜 탄핵 덕에 집권한 현 정부는 이를 얼마나 어떻게 개혁했을까? 이번 칼럼의 주제는 2020년대의 여덟 가지 키워드 중 다섯 번째인 민주이다. 민주정은 통치권이 대중에게 있는 정치 체제를 말한다. 통치권이 세습되는 군주에게 있으면 군주정, 신분적 특권을 가진 소수 집단에 있으면 귀족정이라 부른다. 민주정은 국민의 평등한 자유를 보장하는 데 효과적..
법치주의는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말이면서 동시에 실제 의미를 두고 항상 논쟁이 있는 말이기도 하다. 지난 몇 년 동안 한국 사회에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검찰개혁을 두고 이 논쟁이 치열했다. 이번 칼럼은 2020년대의 여덟 가지 테마 중 네 번째로 법치주의를 다룬다. 민주당발 검찰개혁이 논쟁을 불러일으킨 건 그 개혁이 누구에게나 평등한 법이 아니라 집권 세력에게만 유리한 법을 만들려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필두로 한 여당 정치인들의 ‘내로남불’(법적, 규범적 이중잣대)은 이런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집권 세력의 영향권에 있는 경찰과 공수처가 별다른 견제 장치도 없이 검찰의 권한을 가져간 것도 마찬가지였다. 법학에서는 집권 세력이 자신에게 유리한 법..
“노동하는 인생은 실패한 인생이다. 직장에 구속되어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인생이니 말이다. 성공한 인생이란 임대료를 받는 삶이다. 맘껏 자유를 누리며 살 수 있으니. 적어도 50대 이후에는 직장에서 나와 건물주로 살 수 있어야 성공한 인생이다.” 필자가 한 자산 투자 강의 영상에서 들었던 이야기이다. 이제 이런 이야기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는 시대다. 심지어 서점의 매대를 가득 채운 투자 관련 책들도 다 이런 식이다. 불로소득에 대한 도덕적 불편함이나 신성한 노동 따위는 이제 먼 옛날의 한때 이야기인 것 같다. 요즘 보면 기업의 가치평가에도 비슷한 기준이 적용된다. 미국의 시가총액 순위를 보면 디지털 기업이 압도적으로 많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은 추가되는 노동이 아니라 지식재산..
인류 역사에서 경제가 끊임없이 성장한 건 지극히 최근의 현상이었다. 매디슨 프로젝트 추정에 따르면, 현재 우리가 누리는 경제적 풍요(1인당 GDP로 측정한다)의 95%는 최근 200년 사이 이룬 것이다. 4대 문명이 세워진 것이 대략 5천 년 전이니, 인류는 4천8백 년 동안 현재 풍요의 단 5%만 이뤄냈던 셈이다. 이것이 자본주의적 성장의 위대함이다. 그런데 최근 이 성장에 문제가 생겼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전반이 장기 저성장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코로나 경제 침체로 저성장 위기가 더욱 심각해졌다. 이번 칼럼에서는 지난 칼럼에서 이야기했던 2020년대의 여덟 가지 키워드 중 두 번째, 풍요 또는 장기적 경제성장에 대해 살펴본다. 로버트 고든은 《미국의 성장은 끝났는가》에서 20세기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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