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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 엥겔스 도서전(댓글 링크 기사). 뭐랄까, 죽은 마르크스의 죽은 아이디어를 반복해서 우려먹는다는 느낌이다.
종교개혁의 나라 독일에서 태어나, 프랑스 혁명에 영감을 받았고, 영국 고전파 경제학의 피날레를 장식한 마르크스. 그의 저술이 그때 그 맥락을 떠나 역사와 무관하게 유효할 리 없다. 반복해서 미완성 저작을 종교 교리처럼 전파하는 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
예로 시진핑의 중국은 <공산당선언>과 <프랑스내전>에서 나온 PT독재론의 결함과 무관치 않다. 중국 사회주의는 마르크스의 진심과 다르다고 아무리 변명해 봐야 소용 없는 짓이다. <자본>의 테마인 자본주의적 사적 소유와 생산의 사회화 사이 모순은, 그 자체로는 타당한 지적이지만, 어떤 유인으로 사회적 생산을 개인적 소유와 충돌하지 않도록 조직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래서 계급적 의지의 대변자를 자처하는 공산당이 경제를 독점하는 것을 방지하지 못한다. 1970~80년대 소련의 경제붕괴, 2020년대 중국의 역주행은 <자본>의 잠정적 대안이 가진 결함을 증명한다.
마르크스-엥겔스의 미출판 원고들이 계속해저 주목받는 건 사실 문헌학적 관심 때문은 아니다. 마르크스주의에 교과서가 없어서다. 누구나 인정하는 정립된 이론이 없다보니, 원전의 해석자가 권위를 독점하는 경향이 있다. "미출판 원고를 보니 이런 해석이!" 하면서 자기 주장에 마르크스의 권위를 싣는 게 한 세기 이상 이어진 전통이었다. 케인스주의자가 케인스 편지를 들고 와서 새로운 이론을 제시한다면 정말 웃길 것이다. 물리학자가 뉴턴의 숨겨진 원고를 발견했다며 고전역학의 새로운 이론을 제시한다면 웃음꺼리가 될 것이다. 하지만 마르크스주의자의 세계에선 그렇지가 않다. 최근에는 21세기의 생태주의를 19세기 마르크스 미발표 원고에 기초에 설계했다며 자랑하는 학자도 나왔다. 이게 젊은 마르크스주의를 대표한다하니, 말 그대로 '안습'이다.
물론 마르크스를 쓰레기통에 처박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인류사의 계급적 지배를 지양해 본다는 대의, 즉, 평등한 자유(평등은 수식어고 자유가 목적어다)를 찾기 위한 인류의 도전이란 아이디어는 지금도 유효하다. 또한 던컨 폴리가 잘 지적했듯, 자본주의의 편향적 기술진보 하에서 이윤 동기에 의한 생산이 부닥칠 수밖에 없는 근본적 한계(장기저성장, 구조적 일자리부족, 부와 소득의 양극화, 경제적 이유로 인한 도덕적 타락)에 관한 마르크스의 통찰력 역시 유효하다. 윤소영 교수는 이를 "마르크스주의의 일반화"라고 불렀다. 절대화나 종교화가 아니라, 일반화, 즉 현대 과학의 맥락에서 마르크스적 해석을 찾는다는 것이다.
나는 작년 초에 <자본주의는 왜 멈추는가>라는 제목으로 마르크스 <자본>의 현재적 설명력에 관해 책을 썼다. 신용과 화폐의 구분, 자본과 인구의 과잉이 발생하는 이유와 그 결과, 인공지능이나 디지털 경제 같은 4차산업혁명론이 가진 결함, 자본순환론 관점에서의 팬데믹 이후 쟁점, 민주노총이나 소주성 정책 같은 흐름의 문제점 등이 주요 내용이다. 나는 MEGA 같은 접근은 이제 문헌학 정도로 축소되어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소영 교수(과천연구실) 접근법이 맞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런 맥락에서 위의 책을 썼고, 또한 지금은 마르크스의 시기가 아니라 "원칙적 의미의 자유주의"가 더 필요한 시기라고도 생각한다.
2020년대에 마르크스를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내 생각에는 <공산당선언>을 다시 꺼내는 게 아니라, 마르크스와 동시대를 살았던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꺼내는 게 맞다. 자유주의가 주저 앉은 곳에서 한 발 더 나아가는 게 아니라 자유주의마저도, 자본주의적 생산력마저도 퇴행을 하는 형국이니 말이다. 올해 낸 책 <대통령의 숙제>는 그런 의미였다. 세상의 변화를 진지하게 대면할 필요가 있다.
[서경호 논설위원이 간다] 『공산당선언』 『자본』이 유네스코 기록유산이었네요 | 중앙일보 (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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