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가 정확하게 지적했듯, 자본주의에서 노동력은 상품이다. 노동은 상품이 아니란 식의 '도덕'은 현실적 설득력이 없다. 마르크스의 접근법은 노동력을 '특수한' 상품으로 정의하는 것이었다. 두 가지 점에서 특수하다.
첫째, 시장에서 재생산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출산 양육 교육 등은 가족(혈연집단), 공동체(지역), 정부(제도) 등이 필요하다. 순수한 시장의 원리, 즉 비용/편익만 따라서는 노동력을 생산하지 못한다. 이는 인간이 가진 생물학적 본성이다.
둘째, '시민권'을 가진 상품이라는 점이다. 인간은 지능을 더한 생산력을 가진 마소가 아니다. 근대를 만들면서 인류 스스로가 그렇게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태어나면서부터 평등한 권리를 가지기로 했고, 그 권리를 떼어낼 수 없다고 했다.
따라서 노동시장에서의 노동력 상품 거래는 이 두 가지 조건에 의해 '제약'된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 제약이 사라지만 노동시장은 붕괴한다. 마르크스가 노동시장을 시장의 내적 모순으로 보는 이유기도 하다. '제약'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 일부 시장근본주의자들은 노동시장이 순수한 경매시장처럼 되는 걸 상상하기도 한다. 하지만 노동시장은 일반 상품시장(또는 수요공급만 존재하는 금융시장)이 되지 못한다. 그렇게 되면 실패해 버리기 때문이다.
나는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라고 외치는 사람이나, "노동은 규제없는 상품이 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이나 실은 똑같다고 생각한다. "특수한"+"상품"을 종합한 것이 좋든 싫든 현대 경제다. 이 둘을 종합해 인정한 사람들만이, 그리고 현실을 바꿔왔다.
산업재해 "규제", "적절한" 최저임금, 다양한 형태의 노사 "교섭", 인정될 수 있는 작업장 "문화" 등은 노동시장의 실패를 막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SPC그룹 이야기다. 굳이 진보/보수, 자본/노동으로 나뉘지 않더라도, 적극적으로 상황을 바꿀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