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네트워크 효과를 통한 독점의 증가이다. 전세계 검색시장을 독점한 구글과 워드프로세서를 독점한 마이크로소프트가 대표적. 사용자가 늘어날 수록 정보가 내부로 쌓이고, 정보 표준으로 역할을 하다보니 독점성이 강해진다. 카카오 역시 비슷한 사례. 카카오가 기능적으로 우수해서라기 보다는 많은 사람이 사용하기 때문에 더 카카오로 집중되는 현상이 수년 간 이어졌다.
독점 기업은 두 가지 혜택을 얻는다. 첫째, 독점이윤. 경쟁자의 시장진입이 제한되기 때문에 경쟁시장에 비해 상품가격이나 관련 자원 배분에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둘째, 대마불사. 독점기업이 망하면 기업 하나가 망하는 게 아니라 산업이 붕괴하므로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는 것만이 아니라 정부가 어떻게든 살리게 되어 있다. 금융적 규제적 특혜를 얻는다는 것.
카카오는 메신저 시장 독점을 통해 택시, 커머스, 페이, 뱅킹 등에서 큰 이득을 챙길 수 있었다. 나는 이것들이 일종의 독점이윤 성격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메신저가 공짜라고 해서 독점이윤이 없는 게 아니다. 예로 카카오가 콜택시 시장을 빠르게 장악할 수 있었던 건, 다른 경쟁력이 아니라 오직 카카오톡의 독점력 덕분이었다. 다른 영역도 마찬가지.
대마불사 역시 마찬가지. 보통의 중소기업이 사흘 넘게 서비스 장애를 일으켰다면 어땠을까. 백퍼 퇴출이다. 만약 경쟁적 증권사가 서비스 먹통으로 인터넷 거래를 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냥 망하는 거다. 하지만 카카오는 그렇지는 않다. 대안이 없어서다. 독점으로 인한 대마불사 혜택을 톡톡히 누리는 것.
독점이윤과 대마불사는 당연히 시장 경쟁력을 약화하고, 소비자 후생도 감소시킨다. 디지털 시대의 위험성은 특히 이런 점이다. 4차산업혁명 어쩌구 하기 전에, 카카오 사태를 계기로, 독점과 대마불사 위험을 줄일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기업 분할부터, 독점 이윤에 대한 사회적 공유방안까지.. 다양하게 찾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