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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벤 버냉키

개용이 2022. 10. 11. 11:28

벤 버냉키가 노벨상을 받았다. 7-8년 동안 매년 후보에 올라서인지 놀랍지는 않은 듯. 자신의 이론을 실제 정책으로 구현할 기회를 잡은 정말로 운이 좋았던 학자다. 대공황 연구자가 2007-09년 대침체에서 연준 의장으로 활약했다. 

버냉키는 financial accelator 이론을 통해 은행의 금융적 조건이 경기 사이클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1930년대의 은행 도산에 연준이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대공황까지 가진 않았다. 버냉키는 연준 의장이 되어 이 이론을 세계금융위기에 적용했다. 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위험자산을 달러 현금으로 바꿔주는 조치를 취해(대규모 자산 매입 프로그램 또는 비전통적 양적 완화), 리먼 브라더스 파산이 은행 줄도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만들었다.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 2020년 코로나 대위기가 닥치자마자 곧바로 대규모 양적 완화 조치가 시행된 점만 봐도, 버냉키가 21세기 통화 정책의 한 획을 그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반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올해가 버냉키가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해였을 지도 모른다. 왜냐면 금융가속기 이론에 입각한 양적완화의 상시화는 인플레이션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 몇 년 더 이어지면 버냉키는 욕 먹는 일이 많아졌을 가능성이 크다. 엄청나게 팽창한 중앙은행 대차대조표는 관리통화제의 취약성, 즉 화폐 가치와 중앙은행 자산 가치 사이의 불안정성을 극대화한다. 세계적 화폐 위기가 발발하면 버냉키는 금융위기의 영웅이 아니라 2020년대 화폐 위기의 원흉으로 지목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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