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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코로나로 가는 험난한 길

 

2022년 최대 관심사는 코로나19 출구에 관한 것이다. 2021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백신 접종으로 조만간 대유행을 끝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변종 바이러스가 세계를 강타해 2021~22년 겨울철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시 강화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세계와 한국의 2022년 경제 전망 역시 이전보다 하향 조정되고 있다.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감염병 대유행 사태의 출구는 코로나19가 주기적으로 유행하는 풍토병(엔데믹)이 되는 것이다. 즉 국민 다수가 주기적으로 백신을 맞고, 감염되더라도 심각하지 않으면 며칠 앓고 마는 병으로 관리된다는 의미다. 겨울철 독감과 비슷해진다고 보면 된다. 다만, 코로나19가 독감처럼 관리되려면 백신과 치료제의 성능이 계속 향상되어야 하고, 선진국만이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에서 어느 정도 대유행이 관리되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 사이에서 출구 전망이 크게 엇갈린다. 영국의 정부 자문단은 현재 상태가 최소 5년은 더 간다고 예상한다. 세계보건기구의 가장 큰 투자자인 빌 게이츠는 내년 여름에 코로나 사태가 종식될 수 있다고 예측한다. 정확한 예측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선진국에서 백신 접종이 70~80%에 이르고, 이번 겨울철 고비를 한 번 더 넘기고 나면, 내년 상반기 중에는 예측이 좀 더 분명해질 것이다. 어쨌든 내년 상반기까지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완화를 반복한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고용, 코로나 이전 상태로 복귀할 수 있을까?

 

코로나19 사태의 가장 큰 경제적 충격은 고용이었다. 지난 2년간 세계가 고용 문제로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2022년에는 어떨까? 우리나라의 고용 사정을 살펴보자.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보면, 20213분기(6~9)에 상용직 노동자는 44만 명이 증가했다. 다른 취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나, 코로나 사태가 없었다면 약 60~70만 명 가까이가 증가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상용직이 늘었다는 게 제대로 된 일자리가 증가했다는 의미가 아니란 점에 유의해야 한다. 상용직은 계약기간 1년 이상의 모든 임금노동자를 의미한다. 취업시간을 보면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53만 명이나 감소했다. 정규직 또는 적절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일자리가 크게 줄었다는 의미다.

 

고용에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은 건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였다. 18만 명이나 감소했다. 고용원을 해고해 영세자영업으로 몰락했거나, 아예 사업을 접은 사람이 많았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약한 감소세가 있긴 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매출 감소가 결정적 타격을 입혔다. 일용 노동자 역시 15만 명이 감소했다. 코로나 이후 감소세가 더 가속했다. 한편,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의 경우 오히려 숫자가 늘었다. 9만 명이 증가했는데, 배달 택배 같은 자영업으로 분류되는 특수고용노동자 증가가 원인이었다.

 

제조업의 경우 수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고용 숫자가 감소했다. 6만 명이 감소했는데, 특히 300인 이하 중소기업에서 고용이 많이 줄었다. 세부 업종으로 보면, 전자산업을 제외하면 제조업 전체가 전반적으로 고용이 감소했다. 의복처럼 내수와 연결된 중소제조업은 특히 타격을 받았다. 수출을 이끈 반도체도 장치 산업 특성상 매출에 비례해 고용이 늘어난 건 아니었다. 고용이 가장 많이 증가한 산업은 사회복지와 공공행정이다. 둘이 합쳐 30만 명이 증가해 상용직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민간 경제에서 가장 많이 고용이 증가한 건 거리두기 특수를 누린 정보통신서비스업이었다. 6만 명이 늘었다.

 

2022년 상반기까지는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다음 같은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첫째, 대면 서비스업의 자영업자는 지속해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데, 정부 지원금 외에는 딱히 해결책이 없다. 거리두기가 다시 완화되면 이전보다 상황은 약간 나아지겠지만, 그렇다고 2년간의 손실을 만회할 수 있을 만큼 매출이 급증하긴 어려울 것이다. 배달이나 인터넷 쇼핑의 영향으로 소비 패턴이 변한 부분까지 감안해야 한다. 자영업 손실 보상에 대한 정부 지원 규모와 방법을 두고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둘째, 배달, 택배 등 이른바 플랫폼 노동자의 경쟁 격화와 수입 감소가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년간 배달과 택배에 꽤 많은 노동자가 진입했다. 워낙 매출 증가세가 커서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수입이 보장됐지만, 앞으로 대면 서비스업이 어느 정도 회복하며 매출 증가세가 둔화하면, 노동자 간의 물량 경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도 못하는 상황이라 운임 덤핑 경쟁이 커질 수 있다. 이들의 노동조건과 수입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것이다.

 

셋째, 제조업 매출과 고용 간의 괴리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전자, 자동차, 화학 등의 재벌 계열사들은 2020년 하반기부터 수출이 증가했고, 이익도 코로나 이전보다 나아졌다. 하지만 이에 반해 고용은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고용이 늘지 않았던 터라 코로나19 이후가 된다고 딱히 상황이 변할 것 같지 않다. 상대적으로 노동집약적 공정이 많은 자동차에서는 전기차 전환 문제에 정년 연장 문제까지 더해져 고용을 둘러싼 갈등이 첨예해질 가능성이 크다.

 

인플레이션이라는 암초

 

2022년 세계 경제의 최고 이슈는 단연코 인플레이션이다. 미국은 소비자물가가 4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 년간 2% 미만이었지만 내년부터 2%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의 물가상승은 코로나19 방역으로 세계 공급사슬이 엉망이 된 탓이다. 소비는 점차 살아나는데, 생산은 곳곳에서 부품이나 원자재 부족으로 문제를 겪고 있다. 다만, 생산 부족으로 인한 물가상승은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기업들이 공급사슬을 정비하면서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실제 문제는 생산 부족이 아니라 통화 가치의 토대가 매우 취약해졌다는 점이다. 관리통화제도에서 통화 가치의 토대는 세입을 기반으로 한 정부 지불 능력이다. 그런데 경제가 성장하지 않아 세입이 늘지 않은 상태에서 중앙은행은 화폐를 더 발행했고, 정부는 빚을 늘렸다. 정부의 지불 능력이 약화했다는 이야기다. 더군다나 미국, 유럽, 일본 모두 2008~09년 세계금융위기의 피해가 제대로 복구되지도 못한 상태에서 코로나19 위기를 겪었다.

 

미국의 경우 2008년 초 1조 달러 수준이던 연준 자산이 금융위기 이후 20154.5조 달러, 코로나19 이후 2020년 말 7조 달러로 급팽창했다. 미국이나 세계의 경제 규모가 이만큼 커진 것은 당연히 아니다. 미국 정부 부채는 GDP 대비로 2007년 말 60%대에서 2019년 말 100%대로 급상승했고, 코로나19 위기 이후에는 130%대로 또 폭등했다. 유럽은행의 경우 2008년 초 1.5조 유로 수준이었던 자산이 2018년에 4.5조 유로로 폭증했고, 2020년 말에 5조 유로 규모로 또 증가했다. 유로존 국가들은 2천 년대 중반 60% 수준이던 정부 부채 비율이 금융위기 이후 80%대로 상승했고, 코로나19 이후에는 90%대로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지금까지 인플레이션이 낮게 유지된 이유는 역설적으로 시장에 성장에 관한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현금 보유에 집착하면서 화폐 증가에 비해 실제로 시장에 유통되는 화폐가 증가하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세계금융위기와 코로나19 위기에서 중앙은행이 쏟아부은 화폐가 은행의 초과지급준비금(대출에 사용하지 않고 중앙은행에 보관되는 예금) 자산이 되어 중앙은행에 도로 예금되었다. 그나마 믿을 건 정부밖에 없다는 시장의 비관이 확산한 것도 인플레이션이 커지지 않은 중요한 이유였다. 예로 민간 자금은 기업 투자보다 정부 채권(국채)에 몰렸다. 정부가 민간 대신 투자와 소비를 하는 꼴이 선진국에서 십여 년간 이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것 같지는 않다. 중앙은행과 정부의 부채가 너무 커진 탓에 약간의 충격만 있어도 통화 시장 전체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을 비롯해 세계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 카드를 자꾸 거론하는 이유가 있다. 경기 회복과 함께 현금이 풀릴 경우, 또는 공급사슬 교란으로 예상치 못한 물가 급등이 반복될 경우, 인플레이션 고삐가 확 풀릴 수 있어서다.

 

경기 회복과 함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국채 발행에 더 많은 이자 비용이 소모된다. 명목 금리가 당연히 인플레이션보다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번 인플레이션 고삐가 풀리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런데 중앙은행이 대응에도 곤란함이 크다. 통상 중앙은행은 기준 금리를 인상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데, 정부만이 아니라 기업과 가계도 빚이 너무 많아 경제 주체들이 금리 상승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인플레이션을 내버려 둘 수도 없고, 금리를 인상할 수도 없는, 그야말로 이도 저도 못 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

 

인플레이션 관리에 실패하면 경제가 짧은 회복 뒤 긴 불황으로 추락한다. 인플레이션이 커지면 당장 자산시장 거품이 터진다. 금리가 오르고, 자산의 현금 가치가 하락하면 거품이 큰 시장부터 자산 매도가 시작된다.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거품은 세계의 모든 경제학자가 가장 걱정하는 바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 일본에서는 부동산 거품 붕괴 뒤에 장기간의 불황이 이어졌다. 세계와 한국의 현재 사정이 일본의 그때와 매우 흡사하다. 다음으로, 인플레이션이 추가로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 엄청난 규모의 부동자금이 자산시장에서 한꺼번에 빠져나오면 화폐 가치가 추가로 하락할 수 있어서다.

 

이런 점에서 정부는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재정적 체력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비대해진 재정지출을 정상화하고, 정부채무를 관리하며, 취약 계층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더 꼼꼼하게 만들어야 한다. 새 정부가 출범했다고 재정으로 파티를 벌여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 주도로 경제를 성장시키는 게 필요한 게 아니다. 정부가 위기를 잘 대비하는 게 중요한 정세다.

 

동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중국에서는 시진핑 독재와 배타적 민족주의가 강해지고 있다. 시진핑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부터 국민에 대한 감시를 늘렸고, 홍콩의 민주주의도 억압했다. 공산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미국과 유럽에 대한 공격적 언사를 쏟아놓더니, 최근에는 역사 결의까지 하며 시진핑에 대한 개인숭배 캠페인까지 벌인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세계화 규범에 자신을 맞춰왔다. 하지만 시진핑 집권 이후 세계화 규범과 충돌하는 냉전 시대의 정책이 강해지는 상황이다. 특히 대만에 대한 위협이 매우 강해졌다. 여차하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식의 태도다. 2022년 초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끝난 뒤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북핵 또한 뜨거운 감자다. 코로나19 봉쇄로 북한은 경제난이 매우 심각하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식 보여주기 외교를 좀처럼 하지 않는다. 실질적 비핵화 없이는 북한이 위기를 해결하는 게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미사일 발사 등으로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그리고 세 차례의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도 얻은 게 없는 한국 정부는 쓸 카드가 없다. 종전선언이 추진되고 있으나, 현실성에서나 효과에서나 의문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한편, 미국의 중간 선거도 동아시아 정세의 변수다. 2021년 초 트럼프 행정부가 교체됐다. 트럼프는 20세기 민주주의의 표준이라 할 미국의 정치를 여러모로 훼손했다. 미국이 하면 세계가 한다고, 트럼프를 모방한 소위 스토롱맨정치가들이 유럽, 아시아, 남미 곳곳에서 몇 년간 난동을 부렸다. 그런데 이런 트럼프의 망령이 미국에서 부활하는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하락하고, 트럼프를 따르는 정치인들이 선거에서 선전하고 있어서다. 2022년에는 바이든 행정부 중간 평가라 할 전국 선거가 있다. 트럼프를 앞세워 공화당이 승리하면, 미국의 대외정책 역시 변화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아메리카 퍼스트로 불리는 미국의 단기 이익 중심 대외 정책이 강화할 수 있다.

 

사드 사태에서도 확인했듯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 한국은 매우 곤란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 중국과 무역이 경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은 중국이 경제적 압력을 가하면 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제조업이 특히 타격을 받을 것이다.

 

한국 정부는 동아시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당리당략적 외교가 아니라 원칙과 대의가 분명한 외교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한반도 평화를 지키는 게 맞는지 국민적 합의도 모아야 한다. 2022년은 그 어느 해보다 외교와 경제가 하나의 맥락으로 모이게 될 것이다.

 

노동운동의 대응

 

노동조합의 2022년 임단협은 예전보다 조금 늦게 시작하고 타결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게 유리해 보인다. 봄까지 코로나19 변종으로 인한 여러 혼란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가 변화도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 만약 내년 초중반까지 물가상승이 이어진다면 임금 인상에도 이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거의 십여 년간 워낙 저물가 상황이어서 노동조합들은 물가상승에 대한 별다른 긴장감 없이 임금 협상을 해왔었다. 2022년에는 상황이 다를 것이다.

 

고용 문제에 관해서는 사업장 밖 상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자영업, 플랫폼 노동, 제조업 고용감소 등은 총고용 보장구호로 해결하기 어려운 거시적이며 산업적인 쟁점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2022년이 위드코로나 원년이라고 했을 때,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가 한국의 고용 전체를 어떤 식으로 보장하고 확대할지 종합 계획을 내놓아야 할 타이밍이다. 눈앞의 고용만 생각하다가는 도리어 사회적 고립을 당할 수 있다.

 

전통적인 고용과 임금 문제 외에도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자산 거품 등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조합원들도 주식, 부동산, 비트코인 등에 투자를 많이 했다. 일부는 부채까지 지면서 투기에 나섰을 것이다. 2022년 자산시장은 거품 붕괴 위험이 크다. 투기성 자산과 부채를 줄일 필요가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노동자의 윤리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사회운동에도 노동운동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경제 체질 자체가 워낙 약해져 있어, 약간의 외부적 충격에도 시장이 크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평화가 위협받으면 위드코로나도 무용지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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