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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도 어느덧 한 달 남짓 남았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감염병 대유행 탓에 한 해가 정말로 빠르게 지나간 느낌이다. 올해를 돌아보며 내년 정세를 예상해 보겠다. 위드 코로나·경제복구·민주주의·국제질서를 키워드로 네 가지 질문을 만들어 봤다.

첫째, 위드 코로나는 연착륙할 수 있을까?

올해 초부터 백신접종이 이뤄지며 세계적으로 거리 두기가 완화하고 있다. 하지만 생각만큼 만만치가 않다. 겨울 들어 확진자와 중증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백신 추가접종이 이뤄지고, 먹는 치료제가 시판되면 상황은 나아질 것이다. 그래도 내년 초까지는 거리 두기가 풀렸다 강화됐다 하는 우여곡절이 예상된다.

빠른 일상 회복을 위해서는 지친 시민들을 다독이며 방역을 이어가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가 방역이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경제적인 사적 피해를 받은 시민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 줘야 한다. 방역과 지원의 공정성에 각별하게 신경을 써야 시민들이 마지막까지 정부를 믿을 것이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코로나19 지원을 빙자해 당리당략적 공약을 남발하면 방역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

둘째, 경제는 어떻게 회복되는 건가?

거리 두기 완화로 소비가 살아나면 경제는 한동안 활황 국면에 진입할 것이다. 하지만 암초가 많다. 우선 다들 걱정하는 자산시장 거품 붕괴다. 1990년대 일본에서는 부동산 거품 붕괴 뒤에 장기간의 불황이 닥쳤다. 한국의 현재 사정이 그때와 매우 흡사하다. 다음으로 인플레이션이다. 올해 말의 물가 상승은 공급망 훼손으로 인한 생산 부족이 원인이었다.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될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다. 엄청난 규모의 부동자금이 본격적으로 투자와 소비로 풀리면, 화폐 가치가 급락할 수 있어서다. 마지막으로 고용이다. 미국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경기 회복에도 고용률이 좀처럼 높아지지 않고 있다.

경제가 짧은 회복 뒤 긴 불황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재정적 체력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비대해진 재정지출을 정상화하고, 정부채무를 관리하며, 취약 계층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더 꼼꼼하게 만들어야 한다. 새 정부가 출범했다고 재정으로 파티를 벌여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 주도 경제성장이 필요한 게 아니다. 정부가 위기를 잘 대비하는 게 중요한 정세다.

셋째, 민주주의가 진보할 수 있을까?

올해 초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교체됐다. 트럼프는 20세기 민주주의의 표준이라 할 미국의 민주주의를 여러모로 훼손했다. 미국이 하면 세계가 한다고, 트럼프를 모방한 소위 ‘스트롱맨’ 정치가들이 유럽·아시아·남미 곳곳에서 몇 년간 난동을 부렸다. 그런데 이런 트럼프의 망령이 미국에서 부활하는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하락하고, 트럼프를 따르는 정치인들이 선거에서 선전하고 있다. 내년에는 바이든 행정부 중간 평가라 할 전국 선거가 있다. 트럼프를 앞세워 공화당이 승리하면, 미국 민주주의는 또다시 후진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에서도 내년 초 대선과 지방선거가 있다. 현 정부는 ‘촛불혁명’ 정부를 자처했지만, 과연 박근혜 탄핵 이후 무엇이 얼마나 변했는지 모호하다. 제왕적이라 불리는 대통령 권력이 개혁되지도 않았고, 민주주의의 핵심인 국회가 예전보다 효율적으로 입법을 하지도 않았다. 대선에서 한국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개혁해야 할지 시민들이 제대로 논쟁할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경제도, 안보도 위태로워진다.

넷째, 동아시아의 평화는 유지될 수 있을까?

중국에서 독재와 배타적 민족주의가 강해지고 있다. 시진핑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부터 국민에 대한 감시를 늘렸고, 홍콩의 민주주의도 억압했다. 공산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미국과 유럽에 대한 공격적 언사를 쏟아 놓더니, 최근에는 ‘역사 결의’까지 하며 자신에 대한 개인숭배 캠페인을 벌인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세계화 규범에 자신을 맞춰 왔다. 하지만 시진핑 집권 이후 세계화 규범과 충돌하는 냉전 시대의 정책이 강해지는 상황이다. 특히 대만에 대한 위협이 매우 강해졌다. 여차하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식의 태도다. 내년 초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끝난 뒤 상황에 따라서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북핵 또한 뜨거운 감자다. 코로나19 봉쇄로 북한은 경제난이 매우 심각하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식 보여주기 외교를 하지 않는다. 완전한 비핵화 없이는 북한이 위기를 해결하는 게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미사일 발사 등으로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세 차례의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도 얻은 게 없는 한국 정부는 쓸 카드가 별로 없다. 종전선언이 추진되고 있으나, 현실성에서나 효과에서나 의문이 제기된다. 한국과 미국의 선거가 몰려 있는 내년에 북한이 어떤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많은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2020년대 최대 군사적 갈등 지역으로 대만 해협과 한반도를 꼽는다. 한국 정부는 동아시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당리당략적 외교가 아니라 원칙과 대의가 분명한 외교를 추구해야 한다. 어떻게 한반도 평화를 지키는 게 맞는지 국민적 합의도 모아야 한다.

모든 행동에는 항상 때가 중요하다. 올바른 행동도 때가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거나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2022년은 국내외적으로 코로나19 이후 회복 과정이 어떤 경로로 나아갈지 결정하는 때다. 현재 상황은 지속적 회복과 안정보다, 짧은 회복과 긴 혼돈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노동자운동을 포함해 시민사회가 눈을 부릅뜨고 한국 사회의 나아갈 바를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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