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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이 대선 완주를 할 수 있기를 정말로 오매불망 희망한다. 하지만 심상정 씨의 대선 출마문을 보니 암담하다. 충정으로 몇 마디 해본다.

 

1. 2017년 대선 출마 선언문인가? 2022년 아니고?

야당 후보에게 대선 핵심은 현 대통령 평가다. 그런데 느닷없이 심 후보는 이명박, 박근혜에 대한 비난부터 날린다. 둘은 나쁜 놈이다. 문재인은 이상한 놈 정도고. 황당하다. 2022년 대선이다. 2017년이 아니라!! 반보수 연합의 여지를 남기려다 보니, 이런 식이다. 솔직히 말해, 심 후보는 이재명 씨와 대권을 두고 경쟁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2. "의회중심제, 다당제 기반의 책임 연정" 핵심을 비켜 나간 좋은 말 대잔치.

한국의 국회가 식물과 동물 사이에 있는 건 왜일까? 정의당이 다수당이 아니어서? 아니다.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의회는 대통령의 부하이거나, 대통령을 물어뜯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어서다. 제왕이 의회를 무능하게 만들고, 무능한 의회는 대중이 대통령만 더 바라보도록 만든다. 문재인이 어떻게 제왕적 권력을 키웠고 행사했는지 평가하지 못하면서 의회중심제 이야기하는 건 뜬금없다. 더욱이 제왕과 다당제 의회 조합이 무언지도 생각해봤으면 한다. 이게 바로 라틴 아메리카식 정치 구조다.

 

3. '기후 위기 대선' 어려운 결정은 모두 미뤄둔 상상 속 대응.

탈탄소 전략은 에너지의 전기화, 전기 생산의 탈탄소화가 핵심이다. 전기 생산은 증가해야 하고, 동시에 발전소 80%를 차지하는 화석연료를 대체해야 한다. 어떻게? 태양광하고 풍력으로? 그것도 2030년까지 절반 이상을? 핵발전소도 없애면서?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에너지 혁명이 와도 이런 속도는 불가능하다. 방법은 둘이다. 1인당 생산을 줄이는 탈성장이거나, 핵발전을 유지하면서(또는 늘리면서) 시간을 좀 더 버는 방법. 이런 곤란한 질문은 다 덮어두고 하기 좋은 말만 하면서 기후 위기 대선이라고 말하는 건 기만이다.

 

4. '토지공개념', 그러면 지금까지는 왜 안 됐을까?

심 후보의 이야기는 대체로 뜬구름 잡는 식의 이야기가 많다.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 안 된 이유를 분석하지 않고, 됐으면 참 좋았을 희망만 꺼내기 때문이다. 심 후보는 부동산 이득을 없애고 국민 모두 집 걱정 없이 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 문제가 되는 건 수도권 아파트, 대도시의 토지이다. 자본과 인구가 소수 지역으로 집적되고, 인근의 자본과 인구가 그곳으로 집중되고 있다보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주택과 토지 소유의 프리미엄이 당연히 높아진다. 토지공개념이 없어서 문제가 된 게 아니라, 토지공개념 같은 틀에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희소성, 집적과 집중의 동역학 탓에 부동산 문제가 커지는 것이다. 심 후보는 문재인의 실패를 발본적으로 평가하지 않으니 이런 오류를 반복한다.

 

5. 북한 비핵화 정책의 실패는 남한 탓? 민주노동당 분당의 교훈 잊었나?

심 후보는 북한의 비핵화가 실패한 이유는 남한이 주도적으로 북한이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달콤한 제안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업그레이드된 문재인식 대북 정책이 필요하단 이야기되겠다. 그런데 심 후보의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은 NL의 종파성과 친북성에 도저히 함께 할 수 없어 분열했다. NL 사상의 뿌리가 북한 정권이다. 백두 혈통을 핵무기로 지키겠다고, 국제적 규범도, 한반도의 평화도, 북한 민중의 삶도 다 내버린 북한 정권에게 어떤 거부 못 할 제안을 할 수 있을까? 그런 게 있었다면 심 후보는 왜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에서는 NL세력에게 그런 제안을 하지 못했을까? 심 후보의 동아시아 외교관 역시 앞의 경제 정책과 마찬가지로 역사와 이론이 없는 것 같다.

 

*****

정의당이 대선 레이스를 완주하려면, 당연히 대권을 쥘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한 단계 성장하는 정당으로 나아가려면, 문재인은 왜 어떻게 실패했는가, 정의당이 제기한 의제들은 지금까지 왜 어떻게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가, 라는 곤란한 질문을 풀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심상정 의원의 대선 출마선언문은 곤란한 질문을 하지도 않았고, 당연히 답할 수도 없었다.

 

<참고>

대선, 진보가 답해야 할 세 가지 질문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8월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4선의 심 의원은 제도 정치권에서 진보를 대표한다. 그의 출사표는 진보가 대선에 나서는 이유를 대중에게 설명하는 상징적 글이 될 수밖에 없다. 나는 이번 칼럼에서 심 의원의 출사표를 소재로 삼아, 진보 진영이 20대 대선에서 답해야 할 질문을 추려 보고자 한다.

첫째, 문재인 정부 평가와 관련한 질문이다. 야당 후보의 기본 중 기본은 여당과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평가다. 그런데 심 의원 출사표에는 문재인 정부 평가가 매우 짧게, 그것도 두루뭉술하게 담겨 있을 뿐이다. 심지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더 구체적이다. 20대가 아니라 19대 대선 출사표가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다.

정의당이 어려움에 빠진 이유 중 하나로 ‘민주당 2중대’가 자주 거론된다. 조국 사태에 대한 태도가 대표적이었다. 그런데 따져보면 정의당의 더불어민주당과 관련된 결함은 그것에 국한되는 게 아니다. 현 정부 전반기 정책 기조였던 ‘소득주도 성장론’은 정의당의 강령에 포함돼 있다. 대북정책, 반일외교도 정의당이 공유하는 바다. 문 정부 후반기 핵심인 검찰개혁 역시 마찬가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정의당의 적극적 역할 덕분에 패스트트랙으로 국회를 통과할 수 있었다. 요컨대 정의당이 여당과 정책 또는 사상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 진짜 문제란 것이다.

하지만 심 의원의 출사표에는 이에 대한 어떤 의견도 담겨 있지 않다. 민주당 2중대란 평가를 비껴가려고 “낡은 양당 체제의 불판을 갈아야 한다”는 식의 뜬구름 잡는 선언만 나온다. 나는 이번 대선에서 진보가 넘어서야 할 가장 중요한 지점이 바로 여기라고 생각한다. 진보는 도대체 어떤 점에서 현 집권세력과 근본적으로 다른가? 진보정당은 좀 더 과격한 더불어민주당일 뿐인 건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 말이다.

둘째, 정치 개혁과 관련한 질문이다. 한국에서 대통령 선출은 단지 행정부 수장을 뽑는 것에 제한되지 않는다. 군부독재를 끝내긴 했지만, 한국의 정치 민주화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대통령을 탄핵하고, 구속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겪고도 제왕적 대통령제로 불리는 한국의 정치 제도는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문민화 이후 대선은 정치 민주화의 방향을 항상 다뤄 왔고, 이번에도 그래야 한다. 심 의원이 ‘정치 교체’라는 프레임을 제시한 건 이런 점에서 적절하다. 다만 문제는 그 방향이다.

심 의원은 의회중심제와 다당제 기반의 책임 연정을 이야기했다. 서유럽의 정치를 따라가자는 주장이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하는 게 있다. 한국의 국회는 조용하면 식물, 시끄러우면 동물로 비난받는 존재란 점이다. 무능과 무용의 대명사가 바로 국회의원이다. 왜 이럴까? 정치학자들은 국회가 무능해진 핵심 원인으로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꼽는다. 예산·법률·인사 등 정부의 모든 권한이 대통령에게 주어지다 보니 국회의원은 대통령의 부하거나, 대통령을 물어뜯는 사냥개가 될 수밖에 없다. 제왕이 국회를 무능하게 만들고, 무능한 국회는 국민이 대통령만 바라보도록 만든다. 이게 영원회귀처럼 나타나는 국회 무능의 악순환이다. 같은 대통령제라도 막강한 권한을 가진 의회가 정치의 중심을 차지하는 미국과 비교된다.

이런 점에서 심 의원은 대통령제 개혁 방향을 먼저 밝혀야 했다. 그리고 당연히 이는 문재인 대통령과 170여석의 더불어민주당이 과연 제왕적 권력을 개혁했는지, 개혁하지 못했다면 이유가 무엇인지 분석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국정농단으로 불리는 전 대통령의 권한 오남용을 심판해 집권에 성공한 게 현재의 대통령과 여당이다. 과연 그들은 얼마나 이전 대통령들과 달랐는가? 참고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혁하지 못하면 다당제 기반의 연합정치도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 된다. 강력한 제왕과 군소정당으로 분열하는 국회가 바로 부패와 무능의 상징인 라틴 아메리카 정치의 특징이다.

셋째, 부동산·탈탄소 같은 정부가 즉각 대응해야 하는 문제와 관련한 질문이다. 심 의원은 이 문제들을 직접 언급했고, 대책도 제시했다. 그런데 대책에 도덕적 당위만 있다. 현 행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실패한 원인을 분석하지 않고, 됐으면 참 좋았을 것이란 희망만 꺼내 놓았기 때문이다.

심 의원은 토지공개념을 강화해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 문제가 되는 건 수도권이다. 자본과 인구가 수도권으로 집중되다 보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주택과 토지를 소유하는 프리미엄이 크게 높아졌다. 이건 토지공개념이 없어서 문제가 된 게 아니다. 그런 틀에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희소성과 집중 탓에 문제가 된 것이다. 현 정부는 이런 원인을 무시하다 부동산 정책에서 실패했다. 현 정부의 실패를 발본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대책을 제시하니, 비슷한 오류가 심 의원에게서 반복되는 것 같다.

탄소제로 전략도 마찬가지다. 탄소제로는 에너지의 전기화, 전기 생산의 탈탄소화가 핵심이다. 전기 생산은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발전소 80%를 차지하는 화석연료를 없애야 한다. 2030년에 절반 이상, 2050년까지 완전히 없애는 게 목표다.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과학적 방법이다. 이런 속도로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건 불가능하다. 해결 가능한 방법으로는 둘이 알려져 있다. 1인당 에너지 소비(소득)를 줄이는 탈성장 전략 또는 핵발전을 유지하면서(또는 늘리면서) 시간을 버는 에너지 전환 전략. 당연히 둘 다 상당한 부작용을 동반한다. 심 의원은 이런 곤란한 질문은 덮어 두고, 이번 대선이 기후위기 대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정의당은 자신이 실제로 집권했을 때, 부동산과 탄소 문제 해결을 가로막는 장벽들을 제거할 수 있을까? 상호 충돌하는 요소를 직시하면서, 그 곤란을 감당할 준비가 돼 있는가? ‘내로남불’에 지친 시민들에게 진보가 지지를 받으려면, 도덕적 당위로 실제 답해야 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질문들을 숨기지 않는 게 필요하다.

나는 정의당과 심상정 의원이 대담한 구상과 진취적 기세로 20대 대선을 정면에서 돌파하기를 오매불망 희망한다. 위의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이 힘이 돼 줄 것이라 믿는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jwhan77@gmail.com)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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