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민주당만 비판하느냐? 국힘도 함께 비판해야지!"
토론을 하다보면 항상 듣는 말. 가까운 동료들과 언쟁을 벌인 적도 많다. 전향했냐는 비난도 들어야했다.
나의 대답은 이렇다.
우선, 180석 여당과 대선 후보도 못 내는 오합지졸 100석 야당 중에 한국 사회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당연히, 그리고 오로지 여당 뿐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국힘은 보수의 악세사리, 추억의 책가방 같은 존재일 뿐이다. 야당을 비판해 얻을 수 있는 긍정적 효과가 없다.
다음으로, 이게 더 중요한데,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한국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다. 사실 첫째 질문이 암묵적으로 전제하는 건 국힘이 민주당보다 못하다는 평가다. 그렇기 때문에 180여당 vs 100야당 구도 속에서도 야당을 비판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최악과 차악을 상대비교하면 차악이 낫다. 당연한 이치다. 민주당이 상대 열위에 있는 이유를 나는 크게 다섯 가지로 뽑는다.
첫째, 박근혜 탄핵으로 사익만 추구한 세력이기 때문이다. 국정농단 게이트는 무소불위 대통령 권력 탓이었다. 역대 대통령도 모두 그렇게 끝이 나빴다. 이걸 고치라고 촛불 들었더니, 낼름 대통령 자리만 얻고, 권력의 크기는 더 키웠다. 문재인과 민주당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가장 질이 나쁜 사익 추구 세력이다. 한편, 국힘은 탄핵으로 심판받았고, 반성을 할랑가 모르겠지만, 어쨌건 개혁의 책임자 위치에 있지는 않다.
둘째, 개혁이란 이름으로 법치의 토대를 흔들었기 때문이다. 공수처, 경찰의 통제받지 않는 팽창은 대통령의 사법적 권력을 비약적으로 키웠다. 자 이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면, 정권 교체 이후 전직 고위 관료와 민주당을 상대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자알 보기 바란다. 참고로 지금까지 국힘은 사법 개혁 의지가 없었다. 하지만, 개악할 추진력도 없었기 때문에, 세상에 미친 악행이 민주당보다 덜했다.
셋째, 동북아 외교관계를 엉망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친북-연중-반일은 정말로 최악의 조합이다. 경제적 실익도 없거니와, 평화를 유지하는 데도 도리어 악영향이 크다. 북한의 세습 전제정과 남한의 자유 민주정이 연방제로 통일을 할 수 있다고 믿는 건지, 아니면 남북관계 이니셔티브로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있다는 정치적 사익 추구에 몰입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건 이들의 외교관계는 매국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무모하다. 한편, 국힘은 반공의 울타리에 갖혀서 외교적 무리를 하지 않는다. 대세 추종적이다. 개선도 못하지만 최악의 상황을 만들지는 않는다.
넷째, 경제가 과학이란 사실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문재인과 민주당은 소주성부터 부동산투기근절까지, 구호와 윽박으로 시장을 조정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구호로 생산과 분배를 변혁하려 했던 중국 대약진운동이 2020년대 한국에서 부활했다. 나 같은 마르크스주의자도 경제학을 비판은 하지만 미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자본주의 시장은 적응하며 반응하는 힘이 내부에 있기 때문에 수백년을 이어져 온 것이다. 이들에 의한 정부 실패, 시장 제도의 실패는 노동자에게도 도리어 피해만 입힌다. 물론 국힘의 19세기 영국적 시장근본주의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그래도 이들은 무리를 하지 않고 기득권만 챙기기 때문에 해악이 제한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시민의 덕성을 타락시키기 때문이다. 몽테스키외는 위정자의 타락은 시민 타락 덕에 가능한 것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같은 맥락에서 JS 밀은 엘리트가 대중을 타락시켜 자신의 타락을 정당화하는 것을 막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호소한 바 있다. 반일민족주의, 역사보안법, 간교한 위선, 언론통제법 등등 바로 민주당이 현재 하고 있는 게 몽테스키외와 밀이 걱정했던 그것이다. 시민을 타락시키면 민주정도 몰락한다. 국민의힘도, 뭐 역사적으로 잘 알고 있듯, 민주정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지는 그런 정당은 아니다. 하지만 겉과 속이 같은 부패 세력은 언제든 시민의 손에 의해 처단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들은 시민을 타락시킬 능력은 없다는 점에서 차라리 낫다고 하겠다.
참고로 지금까지 정의당은 내 기준에서는 민주당 친화적이었다. 민주당 2중대에서 벗어나겠다는 말만 많지, 무엇이 달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모호한 것 같다. 만약 정의당이 여야 박빙의 상황에서도, 사퇴 압력을 견디며 완주한다면, 실천적으로 이 모호함이 약간을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나는 이 점에 약간의 희망을 걸고 있다. 민주당을 심판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진보당은 논외다. 민주당 NL보다 진보당 NL이 나은 면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