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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이토 히로부미는 우리한테는 나쁜 사람이지만, 일본에는 좋은 사람아니야? 우리나라를 침략했지만, 일본에서는 로크처럼 정부를 만들었으니까?" 몇 달 전 아이가 한 질문이다. 아마도 아이가 어린이를 위한 존 로크 정부론을 집에서 읽은 후에, 식민지 시기를 다룬 반일 내용의 책을 학교에서 읽었던 것 같다.
나의 반응은 "응 맞는데. 집에서만 그런 이야기하고, 학교에서 친구들하고는 그런 이야기하면 안 돼."였다. 초딩들이 접하는 반일 정서가 꽤 강하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몇 년 전부터 불었던 현 정부와 지지세력의 반일 열풍, 그리고 서점과 학교 도서관에 널린 설민석의 어쩌구 류의 반일 국뽕 책들도 의식됐다. 21세기의 한국에서 반공법은 이제 반일법인가 싶어 씁쓸했던 기억이 지금도 난다.
왜 우리는 문명적 방식으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걸까? 내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이들이 한국 시민의 문명적 수준을 저열하게 타락시키기 때문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맥락도 없이 시도 때도 없이 터져나오는 친일 반일 논란을 보니, 정말로 한심하다 못해 처참할 지경이다.
평등한 자유를 위해 전진해 나간다는 관점에서 보면, 일제의 식민지배만큼 조선 엘리트의 무능과 조선 지배계급의 민중 수탈과 폭정도 문제가 되는 거다. 조국은 내로남불 엘리트였기 때문에 죽창가를 그렇게 올릴 수 있었던 것이고, 윤미향은 비지니스를 했기 때문에 식민지 피해자의 역사를 더욱 비참하게 소환할 수 있었던 것이다. 19세기 말 조선의 비극이나 21세기 대한민국의 황당함이나 맥락은 같다.
나는 지금까지 아이에게 의식적으로 18-19세기 영국 계몽주의자들의 책을 주로 추천했다. 아직까지 읽을 만한 어린이 한국사 책을 찾지 못해서였다. 슬픈 일이다. 민족주의 국뽕이 아니라 세계사의 맥락에서 한국사를 쓴 어린이용 책이 있었으면 좋을텐데... 아마도 민주당과 집권86세대가 주류인 사회에서는 앞으로도 이런 책은 없을 것 같다.
8월이 되니 또 폭발하고 있는 민주당 반일 타령에 속이 뒤집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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