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가 정확하게 지적했듯, 자본주의에서 노동력은 상품이다. 노동은 상품이 아니란 식의 '도덕'은 현실적 설득력이 없다. 마르크스의 접근법은 노동력을 '특수한' 상품으로 정의하는 것이었다. 두 가지 점에서 특수하다. 첫째, 시장에서 재생산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출산 양육 교육 등은 가족(혈연집단), 공동체(지역), 정부(제도) 등이 필요하다. 순수한 시장의 원리, 즉 비용/편익만 따라서는 노동력을 생산하지 못한다. 이는 인간이 가진 생물학적 본성이다. 둘째, '시민권'을 가진 상품이라는 점이다. 인간은 지능을 더한 생산력을 가진 마소가 아니다. 근대를 만들면서 인류 스스로가 그렇게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태어나면서부터 평등한 권리를 가지기로 했고, 그 권리를 떼어낼 수 없다고 했다. 따라서 노동시장..
디지털 시대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네트워크 효과를 통한 독점의 증가이다. 전세계 검색시장을 독점한 구글과 워드프로세서를 독점한 마이크로소프트가 대표적. 사용자가 늘어날 수록 정보가 내부로 쌓이고, 정보 표준으로 역할을 하다보니 독점성이 강해진다. 카카오 역시 비슷한 사례. 카카오가 기능적으로 우수해서라기 보다는 많은 사람이 사용하기 때문에 더 카카오로 집중되는 현상이 수년 간 이어졌다. 독점 기업은 두 가지 혜택을 얻는다. 첫째, 독점이윤. 경쟁자의 시장진입이 제한되기 때문에 경쟁시장에 비해 상품가격이나 관련 자원 배분에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둘째, 대마불사. 독점기업이 망하면 기업 하나가 망하는 게 아니라 산업이 붕괴하므로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는 것만이 아니라 정부가 어떻게든 살리게 되어 있다. ..
중국 없는 한국경제는 어떻게 될까? 시진핑 세번째 임기에 관한 한국사회의 질문은 이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진핑은 문화혁명 시기(통일전쟁과 건국 시기가 아니라!) 마오쩌둥을 빼닮았다. 반현대화를 현대화로 포장해 권력투쟁에 사용한다는 점에서나, 망상에 빠져있다는 점에서나... 시진핑의 중국몽은 미국의 중국 정책과 맞물려 세계로부터 중국을 고립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공산당 국가는 기본적으로 '당의 노선'을 촌부에게까지 관철하는 하향식 지배체제다. 초기 경제성장기에는 자원 배분과 노동 동원에서 시장보다 효율적으로 작동하기도 하지만, 경제가 어느정도 성장해 복잡해지면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는 체제다. 피드백이 잘 이뤄지지 않다보니 정부 계획의 실패가 누적된다. 이런 제약 속에서도 중국이 러시아, 북한과 ..
물가냐 경기냐, 그것이 문제로다! 각국 정부와 경제학자들이 반년 넘게 논쟁 중이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연준)은 물가를 먼저 잡겠다고 일찌감치 결정했다. 약간의 경기침체를 대가로 물가상승을 조기 수습하는 게 장기적으로 이득이라고 판단했다. 연준은 올해에만 5회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물가는 일반적으로 네 가지 이유로 급등한다. 첫째, 갑자기 공급이 감소할 때다. 석유와 곡물이 대표적이다.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정확하게 이 둘의 공급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쳤다. 우크라이나는 “세계의 빵 공장”으로 불리며, 러시아는 유럽연합 천연가스의 40%를 책임진다. 둘째, 수요가 갑자기 증가할 때다. 휴가철 물가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올 초 물가상승은 코로나19 거리 두기 2년간 억압된 소..
벤 버냉키가 노벨상을 받았다. 7-8년 동안 매년 후보에 올라서인지 놀랍지는 않은 듯. 자신의 이론을 실제 정책으로 구현할 기회를 잡은 정말로 운이 좋았던 학자다. 대공황 연구자가 2007-09년 대침체에서 연준 의장으로 활약했다. 버냉키는 financial accelator 이론을 통해 은행의 금융적 조건이 경기 사이클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1930년대의 은행 도산에 연준이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대공황까지 가진 않았다. 버냉키는 연준 의장이 되어 이 이론을 세계금융위기에 적용했다. 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위험자산을 달러 현금으로 바꿔주는 조치를 취해(대규모 자산 매입 프로그램 또는 비전통적 양적 완화), 리먼 브라더스 파산이 은행 줄도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만들었다..

지난 9월 2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교섭단체대표 연설을 했다. 정치와 경제를 가로지르는 쟁점이 상당했다. 핵심만 살펴보겠다. 이 대표의 연설은 “정치인은 주권자의 대리인”이라는 규정으로 시작한다. 정치인들이 레토릭으로 쓰는 말이다. 다만 이 대표가 연설 말미에 언급한 ‘국회의원소환제’ 같은 구체적 제도와 함께 사용되면 레토릭 이상의 실질적 의미를 가진다. 대리인(delegate)은 유권자의 지시에 종속되며 언제든 소환될 수 있다. 권한을 위임받아 임기를 보장받는 대표(representative)와 다르다. 대리인이 운영하는 정부는 여론(국민 다수의 지시)이 입법과 행정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직접 민주주의’로 분류된다. 이 대표는 평소에도 직접 민주주의를 자주 강조했다. 그런데 ‘여론의..

이 시국에 노동개혁이라니! 역대 최약체인 정부가 외환위기 급의 경제적 불안정성 속에서 보수 세력이 손만 댔다 하면 곤욕을 치르는 노동개혁에 나선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해보자. 윤석열 정부가 노동개혁안을 몇 달 후 발표한다. 환율과 물가는 그때도 당연히 불안정할 것이다.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은 협조할 생각이 전혀 없다. 민주노총은 정부 출범 때부터 일찌감치 투쟁할 결심을 굳혔다. 정부와 노동계가 충돌해 불꽃이 일면 야당은 기름을 끼얹을 것이다. 작은 충격에도 금융시장이 요동을 친다. 자, 어떨까? 윤 대통령은 이 상황에서도 노동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까? 범(凡) 민주당 지지 세력은 대통령을 내버려 둘까? 최근 파업 이슈가 불거진 미국과 영국 사례가 시사적이다. 지난주 미국에서는 철도 파업이 주요 일간지..
최근 직무급제 논란의 코어에는 "동일노동"에 관한 이견이 숨어있다. 내가 경험한 6가지 의견을 정리해본다. 임금체계 관련 지식이 없어도 논쟁 구도로 쟁점을 이해해 볼 수 있다. (1) 현체제 사수파: 동일노동이란 "동일사업장"이다. 사업장 내 모든 노동자를 같은 호봉테이블로 묶는 게 목표다. 비정규직도, 사내하청도 같은 사업장에 있다면 같은 호봉이다. 다만, 이는 대기업/공공에서만 가능하다. 그리고 기준이 대기업/공공의 현 임금수준이다보니 다른 임금체계는 모두 '개악'이 된다. (2) 전국민 호봉파: 동일노동은 "동일계급"이다. 동일노동이란 노동자가 계급적으로 동일하다는 원칙 정도로 이해된다. 직무급이란 노동자를 분열시키고 경쟁시킨다. 대안은 차라리 전국민에게 같은 호봉 테이블을 쥐어주는 것이다. 계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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