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의 16일간 파업 사태가 끝났다. 사태의 원인, 결과, 과제를 간략하게 정리해 둔다. 이번 파업 사태를 촉발한 직접적 원인은 민주당이 3년 전 만들어 놓은 안전운임제다. 안전운임제는 2019년 4월 민주당이 화물연대 요구를 받아 법제화한 것이다. 2020년부터 3년만 유효한 제도였다. 특정 상황에서 필요한 제도가 아님에도 일몰 규정을 둔 것은 이 제도가 실제로 어떤 효과를 낼지 정부 당국과 민주당이 확신하지 못한 탓이었다. 효과를 검증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2022년 6월 파업에서도 드러난바, 2년 반 동안 민주당 정부는 제도를 방치해 두었다. 단적인 예로 안전운임이 적용되는 화물차(컨테이너, BCT)의 사고 통계조차 없었으니 말이다. 국토교통부가 언론사에 뿌린 자료는 단순한 화물차 사고 통계..
윤석열 정부가 민주노총 파업에 초강경 자세를 취하고 있다. 대우조선 하청 농성을 공권력 투입 대신 중재로 해결하던 때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돌아보면 김문수 씨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했을 때부터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던 것 같다. 따져보면, 보수 정부하에서 노정 충돌은 특별한 사건은 아니다. 26년간 이어진 연례행사에 가깝다. 1995년 출범한 민주노총은 그다음 해 김영삼 정권 퇴진을 내걸고 총파업에 돌입했다. 정부 역시 노조 간부들을 대거 구속하며 강경하게 맞섰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2009년 쌍용차 점거 파업과 강제 해산 이후 4년 내내 노정이 충돌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철도파업, 민주노총 압수수색, 탄핵 촛불시위 등으로 양쪽이 외나무다리에서 대치했다. 지난달부터 극렬해지는 노정 갈등..
“정부 지원을 받는다”는 의미가 뭘까? 여러 사람들이 물어서 답해둔다. 먼저 질문 하나 던져보자. 대형 공기업의 대표격이라 할 한국전력은 정부 지원금을 받을까? 받지 않거나 의미 없을 정도로 작은 액수를 받는다. 2021년의 경우 수입 대비 0.1% 받았다. 그렇다면 한국전력은 지원금을 받지 않으니 공공기관이 아닌가? 누구도 그렇게 말하지 못한다. 한국전력공사법에 근거해 설립된 조직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책임진다. 엄청난 적자를 봐도 한전은 사채 시장의 돈을 다 흡수할 정도로 채권을 발행할 수도 있다. 왜? 정부가 ‘지원’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대형 공기업이 이런 식이다. 특정 영역을 독과점하면서 수입을 올리고, 관련 법과 정부가 보장하는 신용에 입각해 금융거래를 한다. 이제 다음 질문. 한국전력은 주..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이 대정부 투쟁에 나선다. 올해 파업은 여로 모로 쟁점적이다. 인플레이션과 경제침체 탓에 국민 정서가 예민하다. 파업이 정당성을 갖추지 못하면 반감이 이전보다 클 수도 있다. 낮은 지지율로 곤란을 겪는 윤석열 정부의 대응이 어떨지도 관심사다. 통상 보수 정부는 “노조 때리기”로 자신의 정통성을 확인하려는 경향이 있다. 나는 공공운수노조가 파업의 정당성을 국민에게 인정받으려면, 첫째 요구로 내건 공공성 확대와 민영화 저지에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공공성 개념부터 살펴보자. 공공성은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정부의 공공재 공급을 뜻한다. 공공성 확대라 함은 정부가 공공재를 더 공급하란 의미다. 공공재는 국방, 치안 같은 사회존속에 필요한 공권력부..
작년 이맘때 경제기관들이 발표한 2022년 전망에는 “회복!”, “포스트-코로나 시대” 같은 낙관적 표어가 가득했다. 하지만, 올해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으로 상황이 완전히 뒤집혔다. 회복은커녕 얼마나 침체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포스트-코로나가 아니라 냉전이란 20세기의 우울한 개념이 세계를 규정한다. 한편, 올해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구설에 휘말려 지지율이 이전 대통령의 퇴임 직전보다 낮아졌다. 핵심 정책도 대통령실 이전을 빼고는 크게 어필한 것이 없다. 새 정부에 기대를 건 많은 사람이 지지를 철회했다. 이런 상태로 남은 임기를 온전히 마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글은 한국의 2023년 정치, 경제 정세를 8개의 테마로 조망해 본다. 저금리 시대의 종언과 경제침체 내년 정..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정부는 조반유리(造反有理)를 따질 줄 알아야 한다. 경제적 이해로 파업하는 노동자에게 반정부 용공 딱지를 붙이는 것만큼 반민주적인 게 없고,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말'로 투쟁하는 시위대에게 공권력 주먹만 휘두르는 것만큼 반정치적인 게 없다. 화물연대 파업의 경우 어떨까? 정부는 조반유리를 파악하지 못한 듯 보인다. 한 해에 두 번 파업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화물연대 같은 자영업 조직은 파업 비용을 자신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손실도 엄청나다. 민형사상 부담도 크고. 그럼에도 왜 파업했을까? 이 질문에 국힘은 멍청함 더블콤보로 답했다. 반정부 투쟁이니 힘으로 틀어 막아야 한다고! 역시 죽었다 깨나도 스마트해 질 수 없는 정당이다. 완전 틀렸다. 화물차주의 파업은 지극히 경..
유엔 기후총회가 지난 6일 이집트에서 개막했다. 작년과 달리 총회 분위기는 우울하다. 악재가 산적한 탓에 어느 나라도 자신 있게 기후위기 대응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작년 총회 때 합의했던 ‘2030년 기후 목표(NDC) 상향’을 이행한 나라도 193국 가운데 26국에 불과하다. 올해 총회의 핵심 의제는 “손실과 피해”다.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은 가난한 나라들이 선진국이 지금까지 배출한 온실가스 탓에 큰 손실과 피해를 보고 있어서다. 예로 파키스탄의 경우 올해 7~8월 국토의 3분의 1이 잠겼다. 피해규모가 55조 원에 달한다. 아프리카의 여러 저소득 나라에서도 가뭄과 홍수가 이전보다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들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선진국의 10%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기후위기로 인한 직..
마르크스 엥겔스 도서전(댓글 링크 기사). 뭐랄까, 죽은 마르크스의 죽은 아이디어를 반복해서 우려먹는다는 느낌이다. 종교개혁의 나라 독일에서 태어나, 프랑스 혁명에 영감을 받았고, 영국 고전파 경제학의 피날레를 장식한 마르크스. 그의 저술이 그때 그 맥락을 떠나 역사와 무관하게 유효할 리 없다. 반복해서 미완성 저작을 종교 교리처럼 전파하는 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 예로 시진핑의 중국은 과 에서 나온 PT독재론의 결함과 무관치 않다. 중국 사회주의는 마르크스의 진심과 다르다고 아무리 변명해 봐야 소용 없는 짓이다. 의 테마인 자본주의적 사적 소유와 생산의 사회화 사이 모순은, 그 자체로는 타당한 지적이지만, 어떤 유인으로 사회적 생산을 개인적 소유와 충돌하지 않도록 조직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해답을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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