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MBC)은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가?

“정부 지원을 받는다”는 의미가 뭘까? 여러 사람들이 물어서 답해둔다.

먼저 질문 하나 던져보자. 대형 공기업의 대표격이라 할 한국전력은 정부 지원금을 받을까? 받지 않거나 의미 없을 정도로 작은 액수를 받는다. 2021년의 경우 수입 대비 0.1% 받았다. 그렇다면 한국전력은 지원금을 받지 않으니 공공기관이 아닌가? 누구도 그렇게 말하지 못한다. 한국전력공사법에 근거해 설립된 조직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책임진다. 엄청난 적자를 봐도 한전은 사채 시장의 돈을 다 흡수할 정도로 채권을 발행할 수도 있다. 왜? 정부가 ‘지원’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대형 공기업이 이런 식이다. 특정 영역을 독과점하면서 수입을 올리고, 관련 법과 정부가 보장하는 신용에 입각해 금융거래를 한다.

이제 다음 질문. 한국전력은 주식회사, 심지어 주식시장에 상장된 회사이므로 공공기관이 아닌가? 가끔 공공기관 종사자분들이 이상한 논리를 내세우는 경우가 있다. 지원이 필요할 땐 공공기관이라고 했다가, 간섭이 부담스러울 때는 상업기관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다. 한전 주식은 33%가 산업은행, 18%가 정부 소유다. 사장 선임부터 이사회 구성까지 정부 정책에 따라 경영에 개입할 수 있다. 그래서 시장형 공공기관으로 분류된다. 주식회사라는 개념을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법인’은 법적 인격이며 주식회사는 주주가 유한 책임을 지는 법인이다. 정부가 대주주인 주식회사는 정부가 유한 책임을 진다. 다만 정부라는 조직의 공익적 특성 상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무한에 가까운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마지막 질문. 이게 본 질문이다. 문화방송은 정부가 아니라 방문진이 소유하는 주식회사고, KBS와 달리 정부 지원금을 받지 않으니 공공부문이 누리는 특권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당연히 아니다. 문화방송은 ‘방송문화진흥회법’에 따라 만들어졌다. 방문진이 70% 지분을 가진다. 산업은행이 소유해도 공공기관이 될 수 있는 마당에, 관련법까지 있는데 주식회사라서 공공기관이 아니라고 말하는 건 아전인수라 하겠다.

더군다나 지상파를 다른 두 방송사와 과점하고 있으며, 이로부터 한국의 대표 방송사 자리를 차지하여 브랜드 가치를 만들 수 있었다. 수많은 광고나 높은 시청율 역시 이런 오랜 기간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오늘날에 이른 것이다. 문화방송은 재무상태도 매우 좋다. 이익잉여금이 엄청난데, 구성원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겠지만, 오랜 기간 시장 과점을 보장받았던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도 적지 않다.

 

당연히 문화방송은 수신료를 조세 형태로 징수하는 한국방송과 다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다고 말하는 건 이상하다. 만약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민영화 반대”는 왜 주장하는 걸까. 이미 민영화되어 있으니, 조속히 진흥회법을 폐기하고 지분을 매각하라고 하면 되겠다.

아래 댓글 링크는 이전에 쓴 ‘공공성’에 관한 칼럼이다. 한국사회 문제점 중 하나가 ‘공익’ 또는 ‘공공’을 지대 추구를 위한 알리바이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는 한국적 진보의 결함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민주당이나 이재명이 진보로 평가받는 이유도 지대 추구적 공공부문을 매개로 꽤 넓은 동맹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