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를 맡은 한지원입니다. 두 가지 질문을 던지면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하는데요. 첫째, 사람들이 정치를 욕하는 이유가 뭘까요?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내가, 또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어떤 문제를 정치가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떤 법적인 문제가 있을 때나, 또는 집단 사이에 갈등이 첨예할 때, 정치에 바라는 바가 특히 많아집니다. 현재 무당층이 30~50%에 이른다하고, 그 어느 때보다 양당에 대해 비판 여론이 큰 이유도 문제를 해결 못하는 무능 때문일 겁니다. 둘째, 그렇다면 국민들은 어떤 문제를 정치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이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저는 문제가 뭔지를 사회적으로 합의하지 못하다보니, 정치권이 책임 방기를 해도 면책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자 남 탓 공..
총선을 1년가량 앞두고 창당 소식이 들려온다. 주인공은 금태섭 씨다. 김종인 씨도 그를 돕겠다고 나섰다. 다만, 정치평론가 열 중 아홉은 아직까진 비관론에 힘을 싣는 것 같다. 제3지대의 실패 역사, 승자독식 소선거구제라는 문턱, 대선주자급 인물 부재, 모호한 비전, 자금과 재정 부족 등이 이유다. 나는 제3지대의 성공을 낙관한다. 앞의 이유에 동의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비관론을 하나 더 가지고 있어서다. 바로 민주당 비관론이다. 나는 민주당이 조만간 사라질 것이라 확신한다. 그리고 사라지는 속도에 비례해 신당이 성공할 것이라 믿는다. 말하자면, 민주당 필망(必亡)론이 나의 신당 낙관론의 근거다. 금태섭 씨가 배팅한 수도권 30석,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이제부터 그 근거를 이야기해 보겠다. - 양당체..
나는 만년 꼴찌 프로야구팀의 오랜 팬이다. 내 팀의 특징은, 좀 이상하지만, 대량 실점이다. 항상 상위권에 있는 강팀은 위기가 닥쳐도 실점을 최소화한다. 그리고 끝까지 상대를 추격해 승리를 따낸다. 내 팀은 그 반대다. 앞서다가도 실책으로 점수를 내주고, 그 후에 멘탈이 흔들리면서 경기를 수습하지 못한다. 상위권 팀이 3점을 얻어 이기는 경기를 한다면, 내 팀은 7점을 따내도 8점을 내주는 경기를 한다. 따져보면 경제성장의 원리도 이와 비슷하다. 잘 사는 나라를 만들려면, 위기를 관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더글러스 노스는 1950년부터 2004년까지 188개 나라의 경제성장률을 선진국·후진국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호황기 때 연평균성장률은 선진국이 3.9%, 후진국이 5.4%였..
‘성찰과 모색’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금태섭 씨가 신당 창당 의지를 밝혔다. 정치 9단 김종인 씨도 창당을 돕겠다며 힘을 실었다. 총선을 1년 앞두고 무당층이 급증하다 보니 관심이 뜨겁다. 다만, 기대치는 낮아 보인다. 제3지대의 실패사(史)를 아는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비관론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는, 만약 배팅하라면, 신당의 성공 쪽에 걸고 싶다. 한국의 양당체제가 더는 유지될 수 없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양당체제의 토대는 자유주의·보수주의, 진보·보수, 좌파·우파 같은 역사적 이념 대립이다. 이 대립이 사라지지 않는 한, 양쪽을 정치적으로 대변하는 두 정당의 지배력도 유지된다.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 영국의 노동당과 보수당, 유럽 대륙의 사회주의와 기독교 계열 정당이 각각의 사례다. 한..
한·일 정상회담의 후폭풍이 거세다. 한국 대법원이 일본 기업에 내린 판결을 한국 정부가 알아서 수습하는 모양새니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긴 했다. 반일 감정은 뿌리가 깊고 넓다. 윤석열 대통령이 감당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괘씸한 건 야당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친일 정권의 본질을 보여준 최악의 굴종 외교”라며 정부를 비난했다. 하지만 2018년 대법원판결을 먼 산 불구경하듯 4년간 버려둔 민주당이다. 온 국민이 비난해도 민주당만은 입을 닫고 있어야 한다. 민주당과 진보 진영의 시도 때도 없는 ‘친일’ 타령은 근현대사에 관한 그들의 역사 인식이 만들어 낸 독특한 세계관에 기반한다. 나는 이 점을 크게 우려한다. 신냉전이라 불리는 새로운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서 그들의 과거사 청산이 민족의 미래사를 위..
윤석열 정부 지지율이 급락했다. 근로시간 개편안과 한일 정상회담 후폭풍이 원인이다. 정권의 사활이 걸린 총선이 딱 1년 남았다. 비상사태다. 하지만 여론을 얻자고 전 정부 같은 포퓰리즘 정책을 꺼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떻게든 두 정책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나는 윤 대통령에게 자신의 캐치프레이즈인 자유민주주의를 되돌아볼 것을 권한다.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결합한 정체(政體)다. 자유주의는 국민의 권리를 공식적인 법률(또는 제도)로 안착하는 법의 지배(법치)가 특징이다. 민주주의는 여론과 선거를 이용하는 국민에 의한 지배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런 자유민주주의는 지금까지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정체다. 물론 결함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 권리는 좁게 정해두고 법치만 강조하면..
70년대생의 민주당 지지는 유별나다. 진보 세대의 대명사인 60년대생(86세대)보다도, MZ세대로 불리는 80·90년대생보다도 완고하다. 이유가 뭘까? X세대로 불리는 70년대생의 정치적 선호는 어떻게 만들어졌기에 이다지도 견고할까? 신동아 2월호의 기획 기사 가 뽑은 키워드-‘리버럴’을 가지고 이 질문에 답해보겠다. - 70년대생은 문민화 세대 특정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이 다른 시기 사람들과 구분되는 어떤 정치적 태도를 공유한다면, 특별한 경험을 함께 겪었기 때문일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긴 시간을 또래와 보내는 10대 후반의 중·고등학교 시절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대학진학률이 높을 때는 20대 초반 역시 중요하다. 70년대생의 대학진학률은 40%~70%에 이른다. 분석은 대학 시기를 포함해야 한다. 이..
윤 대통령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자유민주주의를 절반만 이해한 것 같다. 최근 노동 정책에서 그런 모습이 특히 두드러진다. 자유주의는 위에서 보면 합리성에 근거한 현대적 통치 방법이다. 법치와 경제학적 근거가 합리성의 두 축이다. 자유주의는 아래에서 보면 권리장전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을 보호하는 다양한 권리의 목록이다. 전자로 편향되면 엘리트주의가 고착되고, 심하면 독재로 나아간다. 싱가포르를 떠올려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후자로 편향되면 포퓰리즘이 나타나고, 극단적인 경우 만인이 권리를 앞세워 만인과 대립하는 내전이 나타난다. 남부 유럽이나 프랑스가 이런 경향이 있다. 둘 사이 균형이 자유주의적 발전의 핵심이다. 민주주의는 전자를 견제하고 후자를 강화한다. 수천 년간 이어진 군주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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