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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푸틴은 아직도 소련이 체제 경쟁에서 졌다는 사실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나 보다. 우리나라에도 생각보다 푸틴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
따져보면, 나토의 동진은 문제가 아니다. 러시아가 동유럽 나라들과 탈냉전 질서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는 게 핵심이다.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는 정치는 부패와 독재로, 경제는 정경유착과 독점으로 타락했다. 외교 관계도 마찬가지. 무엇을 위한 동맹이고 전략적 관계인지 알 수가 없다. 스트롱맨들의 독재를 위한 교류가 러시아의 대외 관계 전략인 것처럼 보일 정도다.
'규칙 기반 질서'로 불리는 냉전 이후 국제 질서는 유엔, 세계무역기구 등을 통한 다자간 협약을 중심으로 구축됐다. 물론 그 규칙의 대부분은 미국이 주도한다. 심지어 미국이 먼저 깨기도 한다. 트럼프가 대표적 사례. 규칙은 공정성에서나 안정성에서나 위태롭다. 그럼에도 어쨌거나 규칙 기반 질서는 현실의 세계에서 작동 가능한 유일한 질서다. 우리는 이런 현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이를 깡그리 무시했고, 중국은 '중국몽', 즉 중국의 천하를 만들어보겠다는 야심을 내보이며 여러 사고를 일으키는 중이다. 러시아는 냉전 어게인을 외치며 퇴행을 선택했다. 그러나 인류 문명의 진보가 아니라 퇴보가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를 대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소련은 패망했다. 사회주의 진영은 정부의 민주주의 개혁에서나, 대외적 질서 구축에서나 30년 가까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세기 사회주의는 러시아와 중국이 보여주는 문명적 퇴보로 다시 한 번 그 결함이 증명되는 바다. 자유와 풍요, 그리고 그 조건으로 평등이라는 지향을 계속 발전시키려면, 21세기의 사회주의자들이 20세기 사회주의의 결함에 대해 더 가혹하게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관성적이며 감성적인 '반미'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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