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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는 지금도 유효할까?
10진수를 사용하는 인류는 십 단위 주년이 되면 뭔가 특별한 느낌을 받는다. 2021년 12월 26일은 소련 해체 3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20세기 사회주의는 변명의 여지 없이 자유와 풍요의 달성에서 자본주의에 패배했다. '진정한', '민주적', 어쩌구 저쩌구 같은 수식어를 붙인다고 사회주의가 살아나진 않는다. 사람도 그렇지만 이념도, 졌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더 구차해진다.
20세기 사회주의는 왜 실패했던 것일까? 핵심만 꼽아보면, 두 가지다.
첫째, 시장을 대체한 국유화-계획경제의 결함이다.
시장의 장점은 경쟁과 가격을 매개로 생산요소와 생산결과를 최적화한다는 점이다. 단점은 이윤율 하락 시 자본과 노동 모두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놀린다는 점이다. 국유화-계획경제는 경제개발 초기에는 이 둘을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제가 고도화된 후에는 둘 모두에서 실패하고, 말았다. 경쟁과 가격이 가져다주는 다양한 피드백을 만들 수 없었던 게 원인이다.
둘째, 자유주의적 공화국을 대체한 프롤레타리아트 독재 정부의 결함이다.
자유주의 공화국의 장점은 입법부가 만든 법에 의해 정부가 제한되고, 독립적 사법부에 의해서 위법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이다. 단점은 오랜 기간 기득권을 가졌던 집단이 정부 구성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이다. PT독재 정부는 법치를 당치로 바꾸고, 노동자농민의 직접 민주주의로 당을 운영하는 게 지향이다. 하지만 현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이는 실현된 적이 없다. 공산당의 독재, 공산당 지도자의 독재로 이어졌을 뿐이다. 자유주의 공화국의 단점을 해결하지 못했고, 장점도 계승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런 사회주의가 지금은 유효할까? 당연히 아니다. 이건 야만이다. 다만, 흥미로운 건 오류를 세련된 말로 답습하려는 사람들이 최근에 늘고 있다는 점이다.
생산(일자리)부터 분배(소득)까지 모두 해결해주는 전지전능한 정부론이 진보진영의 컨센서스이다. 법치보다 '민주당의 장기집권'이 더 중요하고, 표현의 자유는 '정치적 옳바름', 심지어 특정 역사관의 기준에 따라 얼마든지 제한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다수다. 일부 급진 좌파들의 경우 국유화-계획경제와 PT독재를 아예 그대로 주장하기도 한다. 스탈린과 자신들은 다르다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과연 이것들이 20세기 사회주의의 결함과 근본적으로 다를까? 난 아니라고 본다.
20세기 사회주의의 실패는 세계의 표준-영미 자유주의를 넘어선다는 것의 의미를 정확하게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21세기에 어떤 대안 이념이 출현한다면, 그 이념은 20세기 영미 자유주의의 결함과 공백을 정밀하게 개선할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포퓰리즘 비판이 현재는 가장 중요하다. 왜냐면 포퓰리즘이란 20세기 자유주의가 단단히 고장났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어디서 무엇이 고장났는지 파악하지 않고, 여기다 대고 이제는 '사회주의'닷! 외치는 건 20세기의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다.
곧 나올 책 제목은 가제로 <폭민정의 시대: 민주주의 타락이 경제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이다. 이번 책은 마르크스를 잠시 접어두고 썼다. 이유는 앞에서 밝힌 바와 같다. 지배적 질서가 어디서 어떻게 고장났는지, 최소한 자유주의 관점에서라도 이 문제를 고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제대로 짚어야 그 다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정세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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