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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때만 되면 좌우파 이야기가 나와서 정리해 두는 메모.

좌파/우파는 자유주의에 대한 급진파와 보수파를 지칭. 뭐라하든 현대(근대)는 자유주의가 만든 것이니 말입니다. 19세기적 의미로는 사회주의와 왕정복고파를, 20세기적 의미로는, 현대 자유주의라 할 케인스주의에 대한 사회주의적 비판과 공급중심측 비판 정도로 이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한국에서는 이승만 시대의 난장판을 거쳐, 박정희 시대에 좌/우를 구분할 기준이 생겼다고 보는데요. 로스토우의 노선을 따르는 선의의 독재자에 의한 반공-발전(take-off)이 그 기준이 아닐까 합니다. 여기에 반대해 민주화-자유화를 원하면 좌파, 경제 이륙 후에도 독재를 영구화하려고 하면 우파. 그래서 한국적 좌파는 자유주의 느낌(느낌만!)이 나고, 한국적 우파는 왕정복고파적 느낌이 납니다.

그렇다면 사회주의는? 이런 기준에서는 사회주의가 설 자리가 없습니다. 전통적 사회주의는 자유주의 결함을 해결하면서, 더 많은 '자유', 온전한 '자유'를 위해 평등을 주장하는 세력인데, 한국 사회에서 해결해야 하는 급박한 문제는 사회주의까지 갈 필요가 없거든요. 한국에서 해결할 문제는 로스토우의 경제발전론 다음이 뭐냐는 문제였으니 말입니다.

여튼, 한국적 좌파는 로스토우를 신자유주의로 대체합니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의 3대가 이걸 한 거죠. 그것도 국가부도라는 엄청난 희생을 겪은 후에 말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급속도로 부패하면, 한국 사회의 이념적 기준을 만드는데는 실패합니다. 그 결과가 문재인-조국이겠죠.

한국적 우파는 뉴라이트 운동이 결국 극우파 기독교 운동으로 전락하면서 파산합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데, 해방 직후 서북 기독교계가 자유주의 성장을 왜곡했듯, 21세기에는 이들의 후예가 우파의 성장을 왜곡합니다. 한국적 우파는 자신들이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조차 깨닫지 못하고, 결국 박근혜 탄핵과 함께 자멸하죠. 여전히 로스토우 시대를 꿈꾸며 박정희나 찬양하고, 그것도 부족한지 이승만까지 내세우고.

자, 이렇게 한국의 불행은 사회주의는 애초 설 자리가 없었고, 60년대 박정희를 기준점으로 한 좌/우파가 형성됐다가, 좌파는 부분적 성공 후 타락하여 대깨문이 되었고, 우파는 헤매기만 하다가 파멸하여, 대선 후보마저 다른 곳에서 빌려와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스토리~

한국에서 좌우파니, 자유주의니 보수주의니 따지는 게 무의미합니다. 한국에서 남은 유일 사상은 오로지 이익, 가족, 질서 같은 원초적인 것들 뿐. 이렇다보니 유행하는 담론도 '공정' 같은 거죠. 좀 쉽게 말하면, 뭔 게임을 어떻게 하자는 게 아니라 페어플레이하자는 구호만 외치는 꼴.

참고로, 제가 생각하는 마르크스주의는 다른 게 아니라 이 모든 걸 조망할 수 있는 이론입니다. 19세기 자유주의와 진지하게 대결하여 현재까지 이어지는 유산. 유사-자유주의나 유사-보수주의가 할 수 없는 걸 마르크스주의가 할 수 있다고 믿고 있긴 한데..다만, 한국적 현실에서 마르크스주의는 노동자운동과 결합하는 것이 난망하여, 수양학 비슷해진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더불어 대부분의 마르크스주의는 "악만 쓰는 피해자의 도덕" 느낌으로 퇴보하고 있기도 하고.

덧: 그래서 좌우파 같은 근거가 아니라, 단순하게 최악의 대통령이 될 인물인 이재명은 안 된다고 하는 게 정세적으로 타당하고 생각하는 겁니다. 이재명 씨는 파산한 우파의 독재자적 기질에, 타락한 좌파의 내로남불 기질을 합한 것 같은 느낌입니다. 뭔가 20세기 한국현대사의 나쁜 의미의 종합판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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