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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이 성장을 멈춘건 1970년대부터다. 탈레반 같은 극단적 세력이 계속 출현하는 이유도 이런 정체 상태와 무관치 않다. 도대체 반백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코노미스트 기사에 실린 그래프들을 보면 대략 실상을 알 수는 있다.


1.(첫번째 사진) 1인당 GDP로 보면, 1970년대 아프간은 파키스탄과 비슷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 반복해서 30년간 경제적 실패를 겪었다. 중요한 원인은 내전이었다, 

70년대 말 공산주의를 내건 세속 정권이 집권을 하면서, 아프간의 봄(종교자유, 여성인권 등)이 잠깐 왔었다. 하지만 집권당 내부에서 파벌 투쟁이 심화하며 쿠데타가 발생했고, 소련이 자신이 지지하는 세력에게 권력을 주기 위해 대군을 동원해 아프간을 침공했다. 미국과 파키스탄은 반공-무자헤딘 세력을 지원했다. 1980년대 말 소련이 붕괴하자, 미국과 파키스탄이 지원했던 세력이 지방에서 힘을 급속하게 키워 탈레반이 되었다. 또 다시 내전이 시작됐고, 1990년대 중반 탈레반이 북부 지역 일부를 제외하고 아프간을 통치하기 시작했다. 급진적 정교 일치 통치체제는 당연히 내전으로 망가진 경제를 한 차례 더 붕괴시킨다. 2001년 9.11 테러를 계기로 미군이 아프간을 침공해 탈레반 정부를 전복했다.

2. (두번째 사진) 미군이 아프간에서 쓴 돈은 대부분이 군사비였다. 경제적 사회적 재건은 부차적이었다. 경제 성장 역시 기껏해야 40년 전 수준을 회복하는 것에 불과했다. 그런데 군사비 지출 역시 실패한 프로그램이었다.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모두 망한 사례라 하겠다.

미군이 카불을 점령한 후에도 힌두쿠시 산맥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전투가 이어졌다. 미군은 아프간 군인과 기존 민병대를 육성해 전투를 이어갔다. 매년 미군 측의 아프간 군인이 1만명 가까이 죽었다. 첨단 무기는 고장나기 일쑤였고, 이를 제대로 다룰 아프간 인프라는 없었다. 처참한 전쟁, 비전 없는 전쟁 속에서 부패도 커졌다. 장부 상의 군인과 실제 군인의 숫자 차이가 점점 더 커졌다. 아프간의 엘리트들은 미군의 눈 먼 돈을 털어먹는 데 혈안이 됐다. 이런 비효율적 지출 속에서 미군은 경제 재건이나 사회 재건 같은 프로그램에 눈을 돌릴 여력이 없었다.  물론 관심도 크지 않았다. 

3. 미국의 혼란한 탈출은 어떤 파장을 일으킬까.

80년대 소련이 지원한 인민민주당의 실패와 파키스탄-미국의 지원이 90년대 탈레반 정부를 만들어냈다. 2000년대 미국이 지원한 아프간 정부의 실패와, 역시 또 파키스탄의 지원이 탈레반의 재집권을 만들어냈다. 이번 카불 탈출의 그림은 70년대 사이공 탈출과 비교된다. 역사는 참으로 얄궂다. 70년대 미군의 베트남 전쟁 패전이 소련이 아프간을 침공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였다. 그런데 소련은 아프간 전쟁에서 늪에 빠져 붕괴의 길을 재촉했다. 소련의 붕괴와 정리되지 못한 세계 질서는 2천 년대 테러의 시대가 열리는 배경이 된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에 늪에 빠져서, 이라크와 아프간 두 곳을 침공했지만 결국 모두 실패하고 만다. 21세기의 미국의 실패는 중국에게 어떤 메시지가 되는 것 같다. 중국은 미군의 아프간 철수 이후 대만에게 같은 꼴을 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프간과 국경을 접한 중국이 80년대의 소련-인민민주당을 중국-탈레반 쌍으로 재현할 지도 모를 일이다.

4. 아프간의 미래

아프간 내부에서 당분간 어떤 변화의 힘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1990년대의 실패한 탈레반이 2020년대의 성공한 탈레반이 될 리도 없다. 다른 나라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아프간 난민에 대한 최대한의 인도적 조치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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