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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연정이 또 붕괴되나 보다. 역시 문제의 발단은 집권연합의 중심인 오성운동이다. 정부의 생계비 지원대책이 부족하다며 드라기 총리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고 한다.
이탈리아 정치는 의원내각제 하에서 다당제와 포퓰리즘이 결합했을 때 나타나날 수 있는 최악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나는 졸저 <대통령의 숙제>에서 이 부분을 자세히 분석했다. 1980년대부터 40여년간 총리 평균 임기가 2년도 되지 않는다. 정부 연속성이 없는 가운데, 1990년대부터 뭔 일만 있으면 국민투표로 정책을 결정하기 시작했다. 2-3년에 한 번 꼴로 국민투표를 하고 있다. 베를루스 코니의 전진이탈리아부터 오성운동까지, 아예 정당 강령이 여론조사로 정책을 정한다는 것이다. 이게 직접 민주주의고, 정당 정치를 대신하는 혁신이라고 지금까지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탈리아는 1970~80년대 인플레이션과 긴축의 시대에 폭망한 사례였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회복하지 못하는 대표적 사례기도 하다. 또한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의 맨 앞에서 엄청난 희생을 경험했다. 1인당 GDP는 이제 한국에도 뒤진다. 일본 다음으로 정부 부채 비율이 높다. 그래서 위기 때마다 충분히 재정을 쓸 형편이 되지 못한다. 드라기는 이를 인정하고 있는데, 포퓰리즘 대마왕 정당 오성운동은 이를 부정한다.
나는 이탈리아를 보고 있으면 가슴 한켠이 헛헛해진다. 이탈리아에는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좌파정당(공산당)과 노동조합운동(CGIL)이 있었다. 좌파정당사, 노동운동사에 이탈리아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성공 사례다. 하지만 20세기 후반부터 현재까지, 이탈리아는 반지성적, 반정치적, 반노동적 포퓰리즘 운동의 성지가 되었다. 좌파 탓은 아니겠지만, 좌파 운동 역시 현 상황의 일부분임은 분명해 보인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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