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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시기 최저임금인상률은 박근혜 시기보다 낮았지만, 불평등을 개선했고, 저임금 노동자보호에도 성공했다. 이것이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일까? 같은 정책도 대통령이 다르면 효과가 달라진다는 이야기인가? 


며칠 전 있었던 김유선 소주성특위 위원장의 최저임금 관련 발표문을 보다 든 생각이다.(자료집)  첫 2년간 29% 인상하고, 이후 2년간 사실상 동결한 최저임금 정책을 옹호하려다보니, 뭔가 논리가 꼬인 듯 보인다. 그래서인지, 과제에서 앞으로 최저임금을 지금보다 더 팍팍 올려야 한다는 대담한 제안은 나오지 않았다.

명목 성장률이 2-3%인 저성장 저물가 시대에 최저임금만 29%를 올렸다. 그럼에도 부작용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최저임금을 주고 있었던 사업주들은 모두 노예 상인 급의 과잉착취를 자행하는 악덕 사업주였단 이야기다. 정말로? 당연히 망상이다. 김유선 씨의 발표문에는 인과 관계에 대한 설명이 없다. 몇 가지 고용 임금 지표를 근거로 부작용이 없다고 주장한다. 뭐랄까, 종이가 갑자기 분 바람에 나라가는 걸 영상으로 찍어 놓고, 중력법칙은 사라졌다고 주장하는 느낌이랄까.

나는 문재인 시대의 특징 중 하나가 제도의 오남용이라고 생각한다. 검찰개혁부터 경제개혁까지 모두 그렇다. 최저임금제도도 대표적 사례다. 모든 제도에는 한계가 있다. 국민소득이 어느 정도 올라간 나라에서는 최저임금 인상률이 중장기적으로 명목 성장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연구들은 최저임금이 명목 성장률의 범위 내에서 있는 사례를 조사한 것이 대부분이다. 한국과 견줄만한 선진국 사례는 시애틀의 경험인데, 시애틀은 그야말로 경제 붐을 경험하는 중에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한 사례다.

저임금 노동 문제를 해결하고, 일자리 지대로 발생하는 부당한 임금 격차를 줄이는 건 한국 사회의 너무나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이걸 법정최저임금 제도로 해결할 수는 없다. 법정최저임금은 임금을 올리는데 쓰는 제도가 아니라, 저임금 계층에서 명목 경제성장률만큼도 임금 인상률이 따라가지 못할 때 쓰는 제도이다. 

댓글에 붙인 그림은 제조업 중소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 그래프이다. 2018-19년에 추락한다. 최저임금 인상 효과인데, 매출액은 전반적으로 증가했지만, 매출원가에서 인건비가 더 많이 증가했다. 제조업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잠시 동안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누렸지만, 안타깝게도 수익성 하락 또는 적자 누적으로 이후 임금 동결을 겪고 있다. 만약 정권이 교체된다면, 이후 정권은 이 후유증 탓에 초반에 고생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 때 가면, 이런 건 다 보수 정부 탓이라고 현 집권세력이 변명을 하겠지만..

최저임금제도를 부여잡고 저임금 문제를 해결하자는 노동자운동의 전략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게 나의 잠정적 결론이다. 그 제도는 그 목적에 어울리게 운용하고, 노동조합이 초기업적 교섭을 확대하고 연대임금-연대고용을 실현할 수 있는 전국적 산업적 단체협약의 내용을 준비하는 게 맞다. 이걸 안 하면서 최저임금만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하는 건, 변명 밖에 되지 않는다. 연대임금-고용을 못하겠으면, 솔직히 말해 최저임금도 그냥 나놨으면 한다. 제도만 더 엉망으로 만드는 꼴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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