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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하게 들리겠지만 지정학적으로 우크라이나 사태는 한반도 안보와는 별 상관없는 머나먼 곳의 일이다."
중앙일보 남정호 씨의 이야기다. 그는 한국의 우크라이나 포탄 지원이 대러 무역에 악영향을 끼치고, 종전 협상이 아니라 전쟁 장기화의 유인이 될 수 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이는 단견이다.
작금의 세계는 세계화 이후 질서를 만드는 과정에 있다. 바이든 식 민주/독재로 나뉜 신냉전 질서가 될 지, 복수의 경제안보네트워크 체제가 경쟁하는 질서가 될 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21세기 초 같은 단기수익/비교우위 중심의 자본 세계화 시대가 끝났다는 점은 분명하다. 포스트-세계화 질서를 어떻게 준비할 지를 두고 세계가 고민 중이다.
하지만 남 기자의 주장은 전형적인 세계화 논리다. 그는 일본이나 호주 같은 범태평양 지역 나라가 이전과 다른 행보를 보이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대러/대중 무역의 손익계산서만 흔들어 댄다. 단기 무역을 위해 장기 질서에서 도태되어도 상관 없다는 태도다.
남 기자는 손익 계산 논리를 합리화하기 위해서 전쟁 책임론까지 거론한다. 하지만 나토 동진이 러시아 침략의 원인 중 하나라는 주장은 위험천만하다. 남 기자 논리라면 스웨덴이나 핀란드를 러시아가 지금 침공해도 "나토가 1인치도 움직이지 않기로 하지 않았냐"라고 말해야 할 판이다. 마찬가지로 19세기 말 야마가타의 38도선 이익선 논리도 정당하고, 히틀러의 폴란드 침공도 문제가 없다. 역사상 대부분의 전쟁은 어떤 잠재적 위협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안보 논리로 봐도 "머나먼 곳의 일"이 아니다. 왜 세계 유수 안보기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함께 대만을 걱정하고 있는지, 굳이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대만의 위기는 곧 한반도의 심각한 위기다. 한국은 가장 진취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도와야 할 처지일 수도 있다. 북중러에서 빨리 빠져나올 수록 후대의 고통이 경감된다.
오늘날 필요한 세계 질서를 만드는 일에 한국도 동참해야 한다. 단기 손익에 매몰될 일이 아니다.
(1920~30년대 국제연맹을 중심으로 1차 세계대전 이후 질서를 만들지 못한 결과가 바로 2차 세계전쟁이었다는 점도 생각해 볼 꺼리를 던져준다. 미국은 자국내 정치 문제로 빠졌고, 영국 프랑스, 이태리 등도 제국의 이해관계로 충돌하다 국제연맹을 내팽겨쳤다. 나치가 폴란드를 침공할 때도 나몰라라 했고, 일본이 만주사변과 중일전쟁을 일으킬 때도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그 결과 진저리 나도록 죽고 죽이는 전쟁이 발발했고, 핵폭탄까지 터지고야 전쟁이 끝났다. )
필요한 세계질서를 만드는 데 힘을 함께 모으지 않으면, 비극의 규모와 수준이 커진다.
[남정호의 시시각각]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안 된다 | 중앙일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해 달라는 미국 주도의 나토와 그러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러시아 사이에 끼인 것이다. 그랬던 미국이 과거의 소련 연방국이자 러시아 코밑에 있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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