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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역사

X세대는 리버럴?

개용이 2023. 2. 14. 09:56

X세대는 리버럴해서 민주당 충성도가 높은 걸까?(신동아 2월호 기획기사) 77년생이자 20대를 선동가로 살았던 입장에서 보면, 답은 '그렇다'이다. 단, 그 리버럴이 정확히 무엇을 지칭하는지는 잘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리버럴(liberal)이란 말의 사회적 뉘앙스로 이야기해 볼 수 있겠다.

17세기 영국에서 리버럴은 '관용적'이란 의미였다. 영국적 리버럴은 다원성에 대한 인정과 그것을 조화시키는 이성적 힘을 강조했다. 리버럴이 계몽적 전통과 떨어질 수 없는 이유다.

혁명 단두대와 왕정복고, 제정 사이를 왔다갔다한 프랑스에서는 공화국이나 좌파(급진파)가 진보를 상징했다. 리버럴은 오히려 자유방임 시장을 지지하는 우파 이데올로기로 인식되는데, 평등과 사회적 통제를 강조한 사회주의 전통의 영향으로 볼 수도 있다.

20세기적 의미의 리버럴은 아무래도 미국의 영향이 크다. 뉴딜연합 이후의 민주당 이데올로기와 분리되지 않는다. 폴 크루그먼의 블로그 이름은 '리버럴의 양심'인데, '중도파'로서의 균형, '케인스주의' 계보의 경제학, 차별철폐 '시민권 운동'에 대한 존중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메이지유신 전후 리버럴이 '제멋대로'라는 의미로 번역됐다고 한다. 국가(군신관계)와 가족(가문구성원) 사이에 사회, 그리고 세상(신)과 마주하는 개인이란 개념이 없다보니, 리버티에 조응하는 적당한 현실과 언어가 없었던 것이다. 후쿠자와 유키치가 엄청 고민했다고 한다. 중국의 철학자 리쩌허우는 중국 사회주의 혁명의 결함을 리버럴에 해당하는 현실을 만들지 못한 것에서 찾는다. 리버럴에 해당하는 개인과 사회가 부재하다는 한탄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리버럴들 중에 X세대가 참조하는 리버럴은 무엇일까? 당연히 우리의 근대화, 민주화 역사가 그러하듯 짬뽕일 수밖에 없다.

내 느낌은 프랑스 1/3, 미국 1/3, 메이지식 1/3 인 것 같다. 시장 지향적인 자유이자, 민주당 이데올로기로서 자유, 그리고 적절한 현실과 조응하지 않는 어떤 관념으로서 자유... 그리고 그 결과로서 X세대 리버럴은, 뭐랄까, 일관되지도 않으면서, 표현과 실제가 다른 위선적이고, 분노는 가득한데 제도적 변화를 추구하진 않는, 포퓰리즘 친화적 이데올로기가 되어 버렸다는 게 지금 나의 해석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번에 써 보겠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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