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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역사

검사독재에 관해

개용이 2023. 3. 3. 09:22
검사독재, 뭐, 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문 정부는 86운동권 독재였을테고, 박근혜 정부는 유신독재 시즌2 쯤 될 터이다. 이명박 정부는 CEO독재라 부를 수 있겠고, 노 정부는 신자유주의(개혁) 독재, 김대중 정부는 호남독재, 김영삼 정부는 변종 문민독재라 할 수 있다. 일부는 실제로 그렇게 불렀다.
 
이럴 수가. 한국은 아직도 민주화되지 않은 나라로, 5년 주기로 독재의 별칭을 바꾸는 나라일 뿐이다. 모든 정당과 정치인은 정권교체 여부와 관계 없이 잠재적 독재자다. 민주화란 정당과 정치인 모두를 일소해야 가능하다. 그런데 이를 실제로 이룬 것이 또한 독재의 특징이라, 결국에는 이래도 저래도 우리는 독재에서 벗어날 길이 없는 불쌍한 처지다. 정말 바똥멍 같은 소리다.
독재와 관련해 문민독재 또는 합법적 독재란 말은 사회과학적 족보가 있다. 21세기의 민주주의 위기와 관련한 연구들은 대부분이 문민/합법 독재를 다룬다. 하지만 대통령의 직업이나, 고위 관료의 출신을 가지고 독재 성격을 다루는 것은 금시초문이다.
혹시 정치의 사법화, 또는 사법부 팽창으로 민주정이 위축되는 사법정 같은 개념을 뜻하는 것이라고 선의로 해석해도 문제다. 도대체 무엇을 두고 민주정을 위기로 이끌만큼 사법적 해결책이 남용되는지 특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는 이미 문 정부에서부터 시작된 것이었고, 누가 봐도 지역 토착비리다. 이걸 가만 내버려두는 게 더 민주정의 위기 아닌가. 민주당 의원들의 비리 혐의 역시 추잡하기 이를 데 없는 것으로, 당연히 해야 할 수사다. 노동조합 관련 수사 역시, 선동적 멘트들이 남발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없는 사실을 만들어서 노동조합을 공권력으로 탄압하는 것은 아니다. 용역깡패 천국이었던 이명박 때와 비교해보라. 노동조합이 반박할 것은 반박하고, 개선할 것은 개선하고, 법적으로 다툴 것은 다투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수사에 대고 검사독재라고 프레이밍하는 건, 나에게만 너그럽고 공평한 법을 적용해 달라는. 동물농장의 돼지 같은 태도일 수 있다.
물론 나는 검사들이 정치 전면에 나서고, 고위 관료를 독식하는 현 행태는 문제가 크다고 생각한다. 검사 전성 시대는 프랑스 앙시앙레짐의 법복귀족풍 혐오감을 만든다. 일을 아주 잘하는 것도 아니라고 평가 받고 있다. 난 법조인은 엘리트 중에서 하위 레벨에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적 의미의 지식 엘리트는 자연 과학, 공학기술, 고위행정, 제도 설계, 여론 형성 등을 하는 사람이다. 법조인은 전통적 엘리트이며, 사람 목숨을 다룬다는 점에서 항상 권력자이긴 하지만, 현대적이진 않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는 현대적 느낌이 나지 않는다. 귀족풍 느낌이 풀풀 난다. 사람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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