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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바초프 사망. 그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1980년대 소련이 어떻게 연착륙할 수 있었을 지를 생각하면 여전히 답답하다. 1970년대를 거치며 추격성장 개발국가로서 소련은 이미 회생 불능 상태였다. 브레즈네프의 개혁이 실패한 이후 소련 앞에는 자본주의에 '투항'하거나 인류 모두와 함께 자폭하는 길만이 남아 있었는데, 고르비는 다행히 전자를 선택했다.
다만 결과가 연착륙이 아니라 경착륙이었다는 게 문제. 러시아와 동유럽의 막무가내 민영화가 남긴 후유증은 30년 넘게 지금도 이어지는데, 푸틴과 올리가르히가 빼박 증거라 하겠다.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실은 경착륙의 후유증과 무관하지 않다.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1990년대 중반 <Whither Socialism?>(번역 <시장으로 가는 길>) 이란 책에서 시장근본주의 경로(신고전파 교리)로 사회주의권이 해체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경고하기도 했다. 정보 제약이 상당한 시장에서 신고전파 교리는 엉뚱한 결론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었다 결과적으로 그의 예측이 어느 정도 맞았다. 
소련의 엉망진창 해체는 서유럽에도 큰 파장을 가져왔다. 당장 이탈리아만 봐도 그렇다. 곧 출현할 네오 파시스트 정부의 수장으로 점쳐지는 멜라니는 베를루스코니가 키운 정치인인데, 그 베를루스코니를 키운 게 바로 1980년대 지중해 좌파의 대표격으로 활동한 크락시였다. 소련의 경착륙->유럽 좌파의 연쇄 도산->포퓰리즘 토양 확대->극우파 전성시대의 경로와 고르비의 1980년대가 이런 식으로 연결된다.
그렇다면 어떤 대안이 1980년대 소련에 있었을까? 과연 연착륙이 가능했을까? 나는 이 질문의 대답이 2020~30년대 중국에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현재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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