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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팽창주의가 20세기 초 세계사 흐름을 역행한 것이라는 박훈 교수의 칼럼은, 20세기 경제성장사 관점에서 볼 때 약간 다른 맥락도 함께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미국이나 서유럽에 비해 생산성도 낮고, 천연자원도 별로 없는(은 정도가 예외려나..) 일본은 자본축적을 가속할 방법이 당대에는 식민지 역내 무역(부등가 교환을 통한 무역 이득) 외에는 딱히 없었다.

특히 일본은 영국식 자유기업보다 독일식 재벌기업(차이는 독일이 금산복합이었다면 일본은 정경복합이라 하겠다.)을 택했기 때문에, 기술 경쟁보다도 양적 팽창에 친화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성장 궤도는 대공황 같은 위기에 매우 취약하다. 더군다나 일본에는 천황제의 결함도 있었다. 1930년대 일본의 일탈은 이런 점에서 필연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역으로 상상해 보면, 만약 일본과 비슷한 시기에 조선이 근대화를 시작했다면, 일본은 다른 성장 궤도로 나아갔을 가능성이 크다. 식민지 잉여로 축적을 가속할 수 없으면, 결국에는 기술혁신과 생산성 고도화로 축적을 가속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성장률은 식민지를 가졌을 때보다 낮았을 것이다. 농민과 노동자에 대한 내적 착취도 훨씬 심했을 것이다. 다만, 중일전쟁(태평양전쟁) 같은 파멸로 나아가진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군국주의보단 다이쇼 데모크라시가 더 완만히 지속되었을 테고.

일본의 조선 병탄과 제국주의적 팽창에는 당대 엘리트들의 비이성적 열광도 한 역할을 했다. 다만, 그 점을 너무 강조하면 남는 교훈이 많지 않아 보인다. 박훈 교수의 칼럼이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정치경제학적 또는 마르크스적 역사 해석이 요즘 너무 없다 보니, 한 번 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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