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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은 국체다. 김여정의 저 말은 생각해보면 참으로 묘하다.
내가 알기로 일본의 역사적 맥락이 있는 단어인 국체는 사회과학에서 사용하는 정체와 다르다. 국체의 체는 실제 몸에 가깝고, 정체의 체는 체제, 즉 권력을 억제하는 제도에 가깝다.
정체(정부체제)가 군주정/귀족적/민주정 같은 정부 형태를 지칭한다면, 국체는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에서 천황의 나라와 입헌제 근대 국가를 결합하기 위해 만들어낸 개념이다. 이토가 슈타인의 군주기관설에서 영감을 얻어서 만든 일본 제국 헌법은 '만세일계'의 천황에 대한 규정으로 시작한다. 천황은 헌법 위에 있지만, 입헌정에서 헌법은 최고여야 하므로, 천황을 헌법에서 규정한다는 딜레마를 천황이 곧 국가의 육체고, 헌법이 정신이라는 식으로, 다시 말해 육체가 정신을 실현한다는 식으로 뭉갰던 것.
여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체가 핵이라 할 때 국체는 저 천황의 입헌군주제에서 사용한 국체와 같은 것 같다. 인민공화국이지만, 국가의 몸은 핵무기이고, 당연히 그 핵무기는 백두혈통과 같은 의미. 북한은 천황제의 입헌국과 비슷한 상태인데, 메이지와 다이쇼 시대가 아니라, 쇼와 군국주의 시대의 그것과 더 흡사하다. 아마도 김여정은 이런 정신 상태에서 국체가 핵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나 추측해 본다.
참고로, 흥미롭게도 일제 시대 국체에 분노하는 민족주의자들이 북한판 국체에는 의외로 관대하다는 점. 한국의 민족주의는 확실히 결함이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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