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자유민주주의를 절반만 이해한 것 같다. 최근 노동 정책에서 그런 모습이 특히 두드러진다.
자유주의는 위에서 보면 합리성에 근거한 현대적 통치 방법이다. 법치와 경제학적 근거가 합리성의 두 축이다. 자유주의는 아래에서 보면 권리장전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을 보호하는 다양한 권리의 목록이다. 전자로 편향되면 엘리트주의가 고착되고, 심하면 독재로 나아간다. 싱가포르를 떠올려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후자로 편향되면 포퓰리즘이 나타나고, 극단적인 경우 만인이 권리를 앞세워 만인과 대립하는 내전이 나타난다. 남부 유럽이나 프랑스가 이런 경향이 있다. 둘 사이 균형이 자유주의적 발전의 핵심이다.
민주주의는 전자를 견제하고 후자를 강화한다. 수천 년간 이어진 군주제적 전통, 권력의 독점적 성격 때문에 이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민주주의의 포퓰리즘적 발전 경향을 경고하면서도, 그렇다고 민주주의를 없애자고 말하지 않는 이유다. 자유주의적 발전의 균형추 역할을 민주주의가 잘 하도록 만들면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다. 그렇지 못하면, 이른바 중진국 함정에 빠지고 만다.
윤 대통령의 노동정책은 법치와 유연화가 핵심이다. 일부 노조의 불법적 폭력 행위를 근절하고 연장근로시간을 신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하는 근기법 개정을 추진했다. 난 일정한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유주의가 그러하듯, 정책은 통치자 입장에서의 합리성만이 아니라 국민 입장에서의 권리장전이 함께 제시되어야 수용 가능한 것이 된다. 예를 들면, 편법적 장시간근무와 초과근로수당 미지급, 연차 사용권 보장, 근로자대표, 노사협의 등에 대해서도 정책을 충분히 세우고 또 열심히 알렸어야 했다. 노조를 만들 권리, 사용자와 집단적으로 교섭할 수 있는 권리가 왜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지 밝히고 대책을 먼저 수립했어야 했다.
집권 1년이 다 되어가는데, 매번 비슷한 패턴인 것 같다. 법치와 경제학, 사람으로 치면 검찰과 기재부 고위관료가 정부 맨 앞에 서서 달려가는데, 국민의 권리장전, 기구로 따지면 집권여당이나 사회운동들은 보이지 않는다. 아니 도리어 검찰 출신들의 과욕과 여당의 난장판, 문빠를 벤치마킹하는 것 같은 열성 지지자 집단의 패악질만 도드라져 보인다.
대통령의 합리적 통치는 국민의 권리장전 없이는 실현되지도 않는다. 이 점을 잘 생각해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