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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직무급제 논란의 코어에는 "동일노동"에 관한 이견이 숨어있다. 내가 경험한 6가지 의견을 정리해본다. 임금체계 관련 지식이 없어도 논쟁 구도로 쟁점을 이해해 볼 수 있다.
(1) 현체제 사수파:
동일노동이란 "동일사업장"이다. 사업장 내 모든 노동자를 같은 호봉테이블로 묶는 게 목표다. 비정규직도, 사내하청도 같은 사업장에 있다면 같은 호봉이다. 다만, 이는 대기업/공공에서만 가능하다. 그리고 기준이 대기업/공공의 현 임금수준이다보니 다른 임금체계는 모두 '개악'이 된다.
(2) 전국민 호봉파:
동일노동은 "동일계급"이다. 동일노동이란 노동자가 계급적으로 동일하다는 원칙 정도로 이해된다. 직무급이란 노동자를 분열시키고 경쟁시킨다. 대안은 차라리 전국민에게 같은 호봉 테이블을 쥐어주는 것이다. 계급동일성 내에서 장유유서 정도는 허용된다. 물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호봉제 사수파와 같은 자리에 선다.
(3) 직무급 자본파:
동일노동이란 "동일생산성"을 의미한다. 경제학원론의 “노동의 한계생산=임금” 이야기. 동일노동을 구현하는 직무급은, 생산성 측정이 개별 기업 내에서만 가능한 이상, 기업 내에서 실시되어야 한다. 개별 기업의 이윤최대화가 목적이라 하겠다. (1)~(2)가 직무급을 비판할 때 이 논리가 주로 타깃이 된다.
(4) 직무급 노동파:
동일노동이란 "노조의 기준"을 의미한다. 산업적 수준에서 노조가 임금을 정할 때 사용하는 기준은 노동자가 스스로 인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더 빡센 노동, 더 숙련이 필요한 노동에 조금 더 가치를 부여하는 직무/직능급적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 동일노동이란 결국 노동자가 같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합의한 노동이다. 직무급 노동파는 독일이나 스웨덴 같은 서유럽 노조 강국을 벤치마킹한다.
(5) 혁명파:
동일노동은 "동일착취"다. 노동을 착취해 이윤으로 삼는 자본주의에서 임금 기준이 뭔 소용인가. 임금 최대화, 이윤 최소화가 목표다. 동일노동이니 직무급 같은 논의는 계급적 모순을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것에 불과하다.
(6) 허무파:
동일노동이 뭐가 됐든 한국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생각. 기업도 조직노동도 실현할 의지가 없는데, 동일노동이란 말만 떠돈다. 정부가 나서 임금체계를 바꾼다는 것도 비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없었다. 시장 내 아수라장을 시장 밖 복지로 치유하는 게 낫다는 입장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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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호봉제를 적용받는 노동자는 전체의 20% 내외, 즉 400만명 정도다. 한국의 지배적 임금체계는 무체계다! 60%, 1200만 명이 그냥 주는대로 받는다.
이런 점에서 (1)현체제 사수파는 노골적으로 기득권 유지를 주장하는 셈이고, (2)전국민 호봉파는 60%를 포함할 현실적 방도를 찾을 수 없으므로 결과적으로 기득권을 옹호하는 포지션에 선다. (3)직무급 자본파는 저 20%에서 대기업 사측의 이해를 반영하며, (4)직무급 노동파는 노조의 이상을 반영하나 60%를 포괄하지 못하니 현실에서 힘을 갖기 어렵다. (5)혁명파는, 결국에는 전국민 호봉파의 입장에 서며, (6)허무파는 노동에 대한 기대를 접고 관련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최근 직무급 논란을 일으킨 조성주 씨는 전형적인 (6)허무파의 입장인데, 느닷없이 (4)직무급 노동파 이야기를 꺼냈다가, 주변에서 (3)직무급 자본파가 아니냐는 비난을 받게 된 케이스. 나는 오랫동안 (4)의 입장에 있다가 요즘은 (6)으로 기울었다.
무엇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논쟁 구도를 이해할 필요는 있을 것 같아 정리해봤다.
<직무급 논란의 코어에 있는 동일노동에 관한 다른 이해>
현체제사수파 | 전국민호봉파 | 직무급자본파 | 직무급노동파 | 혁명파 | |
동일노동의 이해 | 동일사업장 | 동일계급 | 동일생산성(기업) | 노조표준 | 동일착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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