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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후 위기 딜레마

개용이 2022. 9. 8. 11:08
#1
트럼프의 리쇼어링 정책을 비판했던 폴 크루그먼이 바이든의 국내 생산 전기차 특혜 정책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이 없으면 탈탄소 정책이 실행 불가능하기 때문이란다. 그는 이런 식의 일자리 창출이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란 점을 트럼프 정부 4년 내내 주장했다. 지금도 기본 입장은 같다. 다만, 그는 탈탄소의 시급성을 고려할 때 경제학적 효율성보다 정치적 실행 가능성을 우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2
유럽의 목재 연료 증가가 쟁점이다.
목재 연료는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된다. 산림바이오매스. 버려진 목재를 연료로 재활용해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인다는 취지. IPCC는 나무가 흡수한 탄소를 내보내는 것이므로 탄소중립적이라고 규정한다. 서유럽은 산림바이오매스를 가장 잘 활용하는 지역이다. 자기 나라의 탄소배출 쿼터를 맞추기 위해 동유럽에서 목재연료를 사와서 태운다. 러시아가 가스관을 잠그면서 이 목재 연료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기존 산림을 파괴하면서 에너지용 목재를 생산하는데, 이 경우 산림의 탄소 스톡이 감소하고 대기의 탄소 스톡은 증가한다. 웃픈 이야기인데, 동유럽에서 수백년 전에 저축한 탄소를 2020년대 서유럽에서 소비하면서, 이걸 탄소중립이라 부르고 있다.
#3
한국에서 9월 말 기후정의행진이 개최된다. 요구는 핵발전 없는 탈탄소, 기후위기 피해 당사자 중심의 해결책 제시 등이다.
그런데 핵 없는 탈탄소 전략의 어려움이 바로 유럽 바이오매스의 딜레마로 드러난다. 탄소중립이란 이름으로 인류가 저축한 탄소를 꺼내쓰지 않으면 대책이 없다. 만약 핵발전도 줄이고, 바이오매스도 줄이면, 에너지 사용이 감소한다. 경제적 산출이 감소해 고용이 감소하고, 냉난방비가 급증해 저소득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된다. '탈핵'-'탈성장'은, 실은 부자들의 후손이 눌릴 수 있는 기후를 위해 가난한 사람들이 현재의 고통을 감내하게 되는, 역설적 결론으로 나아간다.
#4
어떤 규제를 하더라도 경제적 유인, 이해관계자의 타협, 기술적 타당성 등이 없으면 결국 생각도 못한 부작용이 나타난다. 이 모든 걸 무시하고 어떤 정책을 관철하는 방법은 '독재'밖에 없다. 20세기 사회주의는 이를 프롤레타리아트 독재, 또는 공산당 독재로 실제로 구현했었다. 기후위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를 경제적 유인, 타협, 기술 없이 관철하는 방법은 생태적 '독재' 뿐이다. 물론 이는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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