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프랑스가 연초부터 정부 연금 개혁안을 두고 대혼란에 빠졌다. 마크롱 정부가 연금 수령 나이를 62세에서 64세로 늦추겠다는 개혁안을 발표하자 노동조합들이 들고 일어났다. 공산당계 노조인 CGT만이 아니라 마크롱 정부에 우호적인 노조들까지 파업에 동참했다. 1월 19일에는 약 백만 명의 노동자가 파업에 참여했고, 8만 명의 시위대가 파리 거리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파업의 주력은 공공부문이다. 특히 철도와 학교에서 참여율이 높다.

마크롱 정부의 연금개혁안이 과격한 건 아니다. 수령 나이를 늦추는 대신, 저소득 계층을 위해 최소 수령액 기준을 높혔다. 심지어 수령 나이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엄청 늦은 것도 아니다. 독일과 이탈리아는 현재 67세고, 영국은 66세다. 스웨덴은 63세. 반면 프랑스 정부의 연금 관련 적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미래의 이탈리아라고나 할까. 

아래 그림은 정부 지출과 1인당 GDP를 나타낸 그래프다. 프랑스는 비슷한 수준의 1인당 GDP (4만불~5만불) 사이에서 정부 지출 비중이 제일 크다. 

 

특히 문제는 그 정도만이 아니라 그 속도 역시 주변국에 비해 빠르다는 점이다. 1990년대 재정개혁에 성공한 나라들에 비해 프랑스는 GDP 대비 공공 사회 지출 비중이 감속하지 않았다. 개혁에 성공한 나라들, 예로 스웨덴과 독일은 이 비중이 2천 년대 낮아지는데, 실패한 나라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지속해서 상승했다.

 

한편, 고령화의 전환점은 빠르게 다가온다. 2010년대부터 25-64세 인구는 감소하기 시작했고, 65세 이상 인구는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프랑스는 대다수 시민이 공적연금에 가입되어 있다. 그리고 완전 부과 방식이라 후세대가 전세대 연금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구조다. 

 

객관적 상황이 이러함에도, 시민들 입장에서는 개혁안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생애주기로 봤을 때 더 내고 덜 받는 꼴이니 말이다. 특히 취직을 더 어린 나이에 하는 고졸 생산직 노동자는 대졸 사무직 노동자에 비해 결과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정부는 최소 연금액을 높이는 방향으로 보완책을 제시했지만, 충분하진 못한 것 같다.

노동조합들은 객관적 제약을 인정하면서 보완책을 찾는 것 같진 않다. 당장 급한 문제는 아닌데 정부가 노동자 몫을 빼앗으려 한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 같다. 공공부문이 파업에 앞장서는 것도 징후적이다. 한국도 그러하지만, 공공부문 노조의 지대추구는 프랑스나 이탈리아 같은 전투적 공공부문 노동운동이 있는 나라에서 자주 드러나는 문제다.

저성장/고령화로 인해 연금이 현 상태로 지속될 수 없다는 건 덧셈 뺄셈만 할 줄 알면 누구나 알 수 있다. 해결하지 않으면 함께 죽는 문제다. 마크롱 정부는 세대간 연대를 호소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대안이 무엇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대안이라고 해봐야 별 개 없다. 수입을 늘리든 지출을 줄이든 하는 것밖에. 수입을 늘리려면 미래 세대 노동자가 더 세금을 내야하고, 지출을 줄이려면 현재 노동자가 연금을 덜 받아야 한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