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도시
유럽 주요 도시들은 가뭄으로 단수가 이어지는데, 서울은 폭우로 도시가 잠겨버렸다. 현재의 도시 인프라로는 극단적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기술사, 경제사의 대가 로버트 고든은 현대를 만든 최고 발명 중 하나로 상하수도 시스템을 든다. 자본 집약적 발전의 필수 조건이 도시화인데, 그 도시화를 가능케 한 것이 상하수도의 발전이기 때문. 스마트폰보다 집집마다 있는 수세식 변기가 현대 문명에 더 중요했다는 지적.
고든처럼 이야기해 보자면, 22세기까지 현대 문명이 발전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가뭄과 홍수, 폭염에 견딜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일일 것 같다. 서울시가 겪어야 할 재난은 올해는 홍수였지만, 내년에는 가뭄일 수 있다. 어떤 시장이 재난 대처에 좀 더 잘하느냐 수준의 평가가 아니라 도시의 근본적 대응 역량이 문제가 될 것이다.
탈탄소를 열심히 해도 기후 변화는 수십 년간 상수다. 견디는 인프라를 만들지 못하면, 특히 인구와 자본이 밀집한 도시는, 더 이상 발전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한편, 재난의 '정치화'는 민주당 인사들의 특기다.
코로나19 때 대구와 신천지를 상대로 했던 작태를 떠올려보자. 그들은 비슷한 방식으로 이번 수도권 폭우도 정치화한다. 차이가 있다면 여당 버전이 야당 버전으로 바뀌었다는 정도.
기후위기에 관한 과학자들의 합의는 앞으로 폭염, 홍수, 가뭄가 더 극단적으로 나타나고, 빈도도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계의 대부분 거대 도시들은 이런 극한 상태에 대비되어 있지 않다. 재난의 정치화보단 재난의 과학화가, '탓탓탓'의 정치보단, 실현가능한 정책을 위한 협상과 합의가 절박하다.
물론, 현재의 민주당에게 이런 기대를 할 순 없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고. 한국 국민의 불행이다.ㅠ.ㅠ